▲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동백터널
류정남
공곶이를 만나는 첫 관문인 동백터널은 한 컷 촬영 당일 길게 늘어선 계단을 따라 붉게 물든 꽃망울이 툭툭 떨어져 말 그대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름이 '동백(冬柏)'인데 공곶이 동백터널의 동백은 겨울 초입에 꽃망울로 붉은색 융단을 만들어냈다. 붉게 타오른 붉을 동백 융단을 즈려밟고 가는 걸으면, 누구나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공곶이의 동백꽃이 어딘지 모르게 애잔하다. 땅 위에 떨어져서도 오랫동안 붉게 피어나는 모습에서 동백꽃의 꽃말인 '기다림'과 '애타는 사랑'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이번 사진 모델 후보는 예구마을 어르신들이다. 마침 촬영 날은 류 작가가 예구마을 어르신들에게 드론 촬영과 휴대폰으로 사진 예쁘게 찍는 방법을 전수하는 날이었다.
공곶이가 있는 예구마을은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 마을은 지난 2020년부터 총사업비 102억 원이 들여 '꽃길따라 뱃길따라 희로해락 예구마을'이라는 테마로 주민공동광장 조성·한뼘정원 발굴·순례길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류 작가는 이 사업의 주인공인 주민들에게 세상을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아내는 방법은 물론 공곶이를 비롯한 예구마을에 포토존 설계를 돕고 있다. 이번 사진 촬영 장소인 공곶이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정비돼 다가오는 봄 더욱 화려하고 편리하게 방문객을 맞을 계획이다.
막 수업을 시작할 무렵 예구마을에서 오지랖 넓기로 소문나 명예 이장을 맡고 있다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공곶이 2대 지킴이 강병철씨가 공곶이 아래에서 돌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공곶이는 입장료가 없지만 모델료 만큼은 비싸다고 우기는 강씨를 공곶이 동백터널에 앉히고 공짜로 셔터를 누른다. 그냥 막 찍어도 그림이다. 이 모든 게 공짜라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