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근 교수.
구해근
- 2002년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출간한 이후 무려 20년 만에 신간을 출간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2017년에 정년 퇴직을 했고요. 믿지 못할 수 있겠지만 쭉 책을 만들면서 지냈습니다(웃음). 제가 사실 책을 쉽게 쓰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나름대로는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고,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내보냅니다.
이번 책 역시 찾아봐야 할 자료도 많았고, 그에 대한 분석이나 이런저런 공부에도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쓰는 데 10년이 걸렸고, 이번 책은 5년 정도 준비했습니다. <특권 중산층>은 처음엔 영어로 나왔습니다. 원래는 서구의 사회과학자들을 비롯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어요. 이걸 단순히 한국어로 바꿔서 내자니 좀 마뜩잖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습니다.
책을 쓰면서 목표가 있다면 사회과학적으로 의미 있으면서도,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독자가 읽기 힘들거나, 혹은 독자들에게는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만 학문적으로는 빈약한 책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키려다 보니 책 한 권 세상에 내보내기가 쉽지 않네요."
- 책 한권이 '뚝딱' 만들어져 나오는 시대에 한편으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나온 이번 책은 생각하신 목표를 다 이뤘다고 판단하시는지요?
"그건 학계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 그동안 쓰신 논문과 책을 통해 짐작해보면 선생님의 관심사가 영세 자영업자(1974년)에서 노동자 계급(2002년)으로, 그리고 이제 중산층(2022년)으로 이어져 온 것 같다는 생각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와 돌아보면 초점은 한국 사회의 변화에 맞춰져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 상당수가 농촌에서 도시로 와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히 컸어요.
그 사람들이 도시에서 공무원을 한다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지만 영세사업이나 자영업을 통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자영업이 신분 상승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였다는 거예요. 저는 그것이 서구사회와는 다른 한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중요한 현상이라고 파악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 들어와서 산업화를 이루는 사회가 되면서 생산 노동자들이 가장 중요한 계급으로 대두됐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분석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최근에 와서 점점 세계화되고 신자유주의화 되는 사회에서 변화하는 사회와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각각의 세 가지 관심사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불평등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불평등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제 가정 배경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바로 영세 자영업자셨고, 교육을 별로 받지 못하신 분들입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라면서 불평등에 대해서 민감하게 느껴왔던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좋은 사회학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학에서는 불평등과 계급의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는 만큼 계급 문제를 제대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계급적인 눈으로 사회변화를 봐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사고방식, 삶의 형태, 정치적 의식 등 대부분이 계급과 관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런 문제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게 됐습니다."
- <특권 중산층>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선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주신다면요?
"<특권 중산층>은 중산층, 중간 계층을 다루는 책입니다. 물론 한국 사회를 파악할 때 빈곤층이나 노동자층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빈곤층과 부유층은 좀 단순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간 이런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았고요.
하지만 중산층에 관한 문제는 굉장히 이질적이고 복합적입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부적인 분화도 크게 일어났습니다. 중산층 내에서 벌어진 격차나 양극화 또한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 지점들에 대해서는 연구도 많이 돼 있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중산층이 한국 사회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특권 중산층>은 중산층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는 불평등 구조의 변화를 분석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