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황 자료에 대학별 입학 자료 올려놓은 공립 고등학교강릉에 있는 A고등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학교 현황 코너에 대학별 합격자 수를 올려놓았다.
강릉 A고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를 탑재한 위치는 '학교소개'가 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교소식', '입학안내', '진로진학' 등 다양했다. 심지어 팝업창에 2023학년도 대학별 합격자 수를 올려놓은 학교도 있었다.
양구에 있는 B고등학교는 2013학년도부터 대학별 합격자 수 자료를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수능 만점자, 서울대 로스쿨, 공인노무사, 행정고시, 외교관 후보자 등의 합격자 실명을 공개하고 있었다.
춘천의 H고등학교는 졸업생 개인별 대학 진학 현황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 자료에는 성만 표기하고 이름을 별표(*) 처리했으나, 2014~2020학년도 자료에는 이름 가운데 한 글자만 별표(*)를 해 놓았다.
H고 홈페이지 '학교연혁'에 나와 있는 졸업생 현황을 보면, 2022학년도 졸업생은 31명, 2021학년도 28명, 2020학년도 21명, 2019학년도 33명, 2018학년도 18명, 2017학년도 25명이었다. 대학 진학 현황 자료에 탑재된 학생 수를 보면, 2022학년도 27명, 2021학년도 28명, 2020학년도 17명, 2019학년도 25명, 2018학년도 15명, 2017학년도 25명이었다. 사실상 학교 구성원이면 어떤 학생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원도교육청 교육과정 과장은 2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현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학교에 (합격자) 몇 명 그렇게는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을 했다.
수집한 자료를 설명하고 적극적 조치를 주문하자 "조치 계획이 있다. 9월 1일 발령을 받아서 관련 현황 파악이 되어 있지 않다. 일단 파악부터 해보고 조치를 할 것이다. 인식 제고를 위한 방법도 논의하겠다"라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조치 계획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공문에 대한 재안내, 도 교육청 장학사나 장학관을 통해 학교에 전화로 안내하는 것 등"을 언급했다.
'학력' 강조하는 강원도 교육감, 학벌주의 경쟁 부추겨
신경호 교육감은 '학력'을 강조하며, 11월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강원 학생 진단평가'라는 이름의 일제고사를 60%가 넘는 학교에서 치르게 했다. 또한, 수능시험 성적 자료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열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10%가 넘는 학교들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대학별 합격자 현황을 올려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10년 넘는 자료를 탑재해 놓았다. 심지어 개인 실명을 올려놓거나 이름을 추측할 수 있는 자료도 공개되어 있다.
안 그래도 학벌주의와 입시경쟁에 매달려 있는 고등학교들이 '학력'으로 포장한 '시험 성적'을 강조하는 강원도교육청의 신호에 경쟁 강화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다수 도민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강원도교육청이 말하는 '학력'은 '시험 성적'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OECD나 UNESCO 국제미래교육위원회가 말하는 '학력'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공문을 안내하고, 전화 통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육 철학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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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홈페이지에 대학 합격자 현황 공개, 이래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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