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의 명상한 젊은 엄마와 아들이 함께 명상반에 참여하고 있다. 한 가족이 다함께 명상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현안스님
그리고 이제 출가한 후 많은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 역시 부모님과의 갈등이 많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거나, 무리한 걸 하라고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더 괴롭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서 죄책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스승님의 옛 법문을 들으면서 번역하는데, 출가 전 제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스님. 뭘 하든 상관없이 부모님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내가 뭘하든 부모님은 또 다른 걸 요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효를 행할 수 있을까요?"
보통 동양인들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리고,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잘 보살펴 드리는 것을 효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르게 보살펴 드리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릅니다. 나의 질문에 스승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효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린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부모님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고, 부모님들 스스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야만 하는 거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는 있겠지만, 행복이란 각 개개인에게 달린 일이란다. 다른 이에게 행복을 책임지게 할 수 없단다. 아무도 다른 이의 행동으로 행복해지길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무리한 일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우리는 그런 요구를 듣고, 해드릴 수 없을 때 마음이 괴롭습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서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본인 만족을 위한 경우도 많습니다. 안 그런가요?
우리 스스로 부모님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모님을 바르게 보살펴 드리는 것입니다. 그냥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불행하다면,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하든, 그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업보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안 쓰러워하는 것입니다. 그걸 그냥 업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십시오. 감정적으로 되버리면, 정신의 명료함을 잃습니다.
부모님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면,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맘대로 되지 않아서 번뇌로워한다면,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일단 거리를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이미 불행해져버린 부모님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입을 다물고 기다려보십시오. 우리의 생각이 더 옳고 좋다고 그들에게 주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것이 그들을 더 괴롭게 만들 것입니다. 그 대신 부모님을 위해서 복을 지어보세요.
여러분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보세요. 변화를 원한다면,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말로만 해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여러분이 향상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더라도, 다른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을 바꾸려 하지 마십시오. 친구나 남편을 바꾸려 하지 마십시오. 그들 스스로 변하고 싶다고 말할 때 곁을 지켜주세요. 그것이 효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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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위산사에서 영화스님의 제자로 출가했고,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하며 선 명상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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