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응원하는 동맹 구도가 정착되면, 지난 2월 25일 대선 후보 TV 토론 때 윤석열 후보가 언급한 '유사시 일본군의 한반도 개입'이 훨씬 수월해진다. 반격능력 명기가 북한 안보뿐 아니라 한국 안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30일 독도 인근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했다. 11월 6일에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우려를 무릅쓰고 자위대 관함식에서 욱일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11월 23일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자동 갱신됐다. 공식적인 동맹조약은 체결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사실혼 동맹'은 북한·중국뿐 아니라 대만 같은 데서 볼 때도 동맹관계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
<대만의 소리> 혹은 < RTI>로도 불리는 <라디오 대만>이 운영하는 <라디오 대만 인터내셔널> 인터넷판 11월 15일자는 윤 대통령이 11일 캄보디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 일을 해설하는 기사의 제목을 '윤석열, 한국판 인태전략을 최초 공개, 한미일 동맹 강화(尹錫悅首揭韓版印太戰略 強化韓美日同盟)'라고 붙였다. 한·일이 동맹이 됐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제목이다.
일본이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뤄지는 군사적 연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은 <2022년 방위백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 22일 기시다 내각이 채택한 이 백서는 출범 2개월 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를 상당히 비중 있게 거론했다.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제1부 제3장 제4절 제2 '한국·주한미군' 편은 "한국에서는 2022년 5월에 윤석열 정권이 발족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런 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그의 대외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방위백서는 제3부 제3장 '안전보장 협력' 편에 '한국과의 방위협력·교류의 의의'라는 항목을 두고 군사협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이 부분은 "일·한 양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격성과 복잡성을 증대시키는 속에서 일·한의 연대는 더욱 중요하게 됐다"라며 군사적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한·일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의 의중을 반영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통해 조선 시장을 개방시킨 일본은 6년 뒤 임오군란이 발생해 하급 군인 중심의 시민군이 한양을 장악하고 고종 정권이 마비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때 시장개방과 전통산업 파괴로 인한 조선인들의 반일감정을 목격한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청나라군에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그로부터 12년간 청나라가 조선 내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랬던 일본이 1894년 동학전쟁이 발생하자, 12년 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강력하게 개입해 청나라를 몰아내고 조선을 장악했다. 일본은 이번에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뒤 조선에서 청일전쟁까지 일으켰다. 이때 일본이 장악한 영향력은 1905년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과 1910년 국권 침탈의 결정적 기반이 됐다.
1894년에 일본이 우세를 점한 배경이 있다. 두 건의 조약을 미리 체결해둔 것이 유사시 일본군의 신속하고 강력한 파견을 가능케 했다.
하나는 임오군란 발발 7일 뒤인 1882년 8월 30일(음력 7월 17일) 조선과 체결한 제물포조약 제5조를 통해 일본공사관 호위 목적으로 일본 병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고, 또 하나는 갑신정변 이후인 1885년에 청나라와 체결한 중일천진회의전조(천진조약·톈진조약) 제3조를 통해 청나라에 사전 통지한 뒤 조선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조선·청나라와 각각 체결한 조약을 통해 일본은 유사시 한반도 출병을 합리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갖게 됐다.
기시다 내각이 반격능력 명기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묵인한 뒤 양국 동맹관계에 속도가 붙게 되면, 지금의 일본은 구한말의 일본보다 훨씬 용이하게 한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된다.
19세기 말의 일본은 자국민 보호라는 '이기적' 명목으로 한반도에 개입했다. 그런데 반격능력이 공식화되면 굳이 자국민 보호를 내걸지 않더라도 한반도 보호를 명분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가 위험해지면 일본도 위험해지므로 한반도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공격을 명분으로 일본이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그 같은 개입을 가능케 만든다.
구한말 일본의 한반도 파병이 이기적이었다면, 반격능력 명기 이후의 일본은 '이타적' 명분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을 훨씬 용이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런 위험한 일이 바로 옆에서 추진되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장관과 윤덕민 주일대사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이 반격능력 공식화를 명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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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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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격능력 명시,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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