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pixabay
"엄마, 여기 괜찮아 보이죠?"
아들은 불쑥 들여다보던 스마트폰을 아내에게 들이밀었다. 화면 속에는 SNS에나 나올 법한 맛집의 포스가 느껴지는 음식점 내부에 잘 차려진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중앙에 화로가 있었고, 화로 위에는 붉은 선홍 빛깔 소고기 네 점이 올라가 있었다.
"와, 여기 분위기 괜찮은 것 같네. 화로 위에 올라간 거 소고기 맞지?"
아내는 아들이 보여준 사진 속 음식에 눈을 떼지 못하며 부러움 섞인 어투로 음식의 가격을 가늠하려는 듯 고기의 종류를 확인했다.
"네, 소고기 맞아요. 정말 맛있더라고요. 아빠도 엄마랑 여기 한 번 가봐요."
"그래, 다음에 한 번 갈 때 다시 물어보면 알려줘. 거기 제법 가격이 있을 듯한데 아들이 산 거지?"
난 아무리 MZ세대지만 아르바이트 하는 아들이 당연히 데이트 비용은 종종 낼 거라고 생각했다.
"아뇨, 당연히 각자 계산했죠."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얼굴로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아내나 나는 이런 아들의 태도가 평소에도 그럴까 싶어 물음을 이어갔다.
"가격이 좀 있으니까 이번에만 그런 거지?"
우리의 이런 물음이 조금 더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어깨까지 으쓱하며 아들은 각자 계산하는 걸 왜 이해하지 못하냐는 얼굴이다.
"아닌가? 만날 때마다 그러니?"
결국 아들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쭈욱 각자 계산해 왔고, 가끔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서로의 선물을 살 때만 각자의 돈을 상대방을 위해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 세대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계산법이다. 난 아내와 만날 때 회사를 먼저 다니며 돈을 벌었던 아내가 돈을 조금 더 썼던 것 같다. 하지만 각자 계산은 해 본 적이 없다. 밥을 먹으러 가서 아내가 밥 값을 내면, 다음날 술 한 잔 할 때면 그 술 값은 내가 내곤 했다.
반대로 영화관 데이트를 할 때면 영화 예매를 미리 내가 하고, 영화가 끝나고 밥까지 사고 나면 아내가 커피나 술 값은 계산하곤 했다. 아마 어느 한쪽이 더 큰돈을 버는 일을 했으면 데이트를 위한 지출 비율은 더 차이가 났겠지만 소비의 방식이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MZ세대의 연애할 때 '각자내기'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세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내 연애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가 아닌 아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고민하고, 배려했었다. 물론 서로 좋아해서 하는 일들이 더 많았지만 늘 그렇지는 않았다. 반대로 아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고집하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어하는 놀이나 장소에 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MZ세대들의 연애는 그들의 특징에서도 보이듯이 자기 중심적 연애를 고집한다. 물론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와 맞물려 자신이 좋아하는 건 혼자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유함을 즐긴다. 함께 즐기려고 애쓰는 마음은 내가 연애하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지만.
세대 구분보다 중요한 것
살아온 시대와 경제적인 환경 등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건 있어 보인다. 바로 자라고, 태어난 환경과 유전적 성향은 무엇보다 강하게 끌린다. 아들이 자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할 데이트 코스를 직접 알아본다고 할 때 아내와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들의 연애법과 내 연애법의 맞물린 꼭짓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데이트할 때나,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다닐 때 내가 하는 습관적인 행동이다. 아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고, 그런 내 성향을 쏙 빼닮은 듯싶다.
1980년대 초부터 2010년 초까지 출생을 한 젊은 세대를 MZ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MZ 세대들은 스스로를 MZ세대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제 아들의 입에서 스스로를 MZ세대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던 것처럼 세대로 구분 짓는 것은 해당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에서 정의한다. 세대의 보편성을 강조하며 그들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동질적인 성향을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중에는 SNS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유행에 관심이 없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하게 세대를 구분한 집단 편향적 시각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고가 오히려 세대 간의 소통에 가림막이 되지 않을까.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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