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과 함께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회 촉구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이런 모습이 24일 하루 동안에 국토교통부장관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국가가 파업에 중립을 지켜도 대기업은 유리하다. 노조가 법률을 위반하면 법률이 대기업을 돕는다. 파업만 일어나면 대다수 언론들이 대기업을 편들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대기업은 우월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런데도 파업 때마다 대기업들이 엄살을 부리고 국가권력이 그 엄살을 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공정성에 관한 의문을 일으킨다. 노동자나 노조만을 위한 국가도 문제가 있지만, 자본가만을 위한 국가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과 그 위반 시의 형벌규정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런 의문을 갖게 만든다.
1970년대 후반의 미국도 박정희 정권을 바라보면서 그런 의문을 품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본산인 미국이 볼 때도 한국은 한쪽으로 심히 기운 운동장이었다. 미 하원이 1978년 발간한 <프레이저 보고서(한미관계보고서)>에 나오는 "파업은 정부 허가사항"이라는 소제목은 그런 실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허가해주지 않으면 파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한마디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값싼 노동력의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유순하게 했고 권위주의적 수단에 의지했으며, 고용주의 협력을 얻는 정책을 지속했다"라고 말한다. 그런 뒤 "유일한 합법적인 파업은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는 것뿐"이라고 고발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들과 정부의 노조 통제만으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억압하는 데 충분하지 않자, 그 체제는 협박과 심지어 폭력에 의지했다"라고 보고했다. 법률에 규정된 노조 통제책으로도 모자라 협박과 폭력까지 동원하는 한국 정부의 편파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프레이저 보고서>는 어이없는 사례 한 가지를 소개했다. 박 정권이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을 상대로 '밀리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다고 말한다.
"1977년에 현대자동차 사장은 미국 기자에게 한국 정부가 자신에게 임금을 대폭 인상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여타 기업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협력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마이애미대학 석사인 고 정세영 현대차 사장이 미국 언론에 제보한 내용에 기초한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 억제를 요구하는 실태를 담은 설명이다. 대기업을 편드는 정도를 벗어나 혼연일체가 되다시피한 한국 국가권력의 불공정성을 반영하는 사례다.
윤석열 정권, 지금은 '21세기'다
박 정권의 편파성은 1971년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곳곳에 노동자 견제와 관련된 조항을 둔 데서도 나타난다. 법률 취지, 벌칙, 시행령에 관한 3개 조문을 제외한 본문 9개 조문의 3곳이 그것과 관련돼 있다.
제4조는 대통령이 비상사태 하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노동자 임금 등에 제한을 가하는 명령을 발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제7조는 집회·시위에 관한 특별 조치를 규정했다. 제9조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규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노동권 제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당화하는 이런 태도는 대기업에 편향된 박 정권의 인식을 반영한다.
물론 지금의 노동 여건은 그때보다 상당히 나아져 있다. 하지만 국가가 대기업을 편드는 기본 구도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장관의 업무개시명령 운운은 <프레이저 보고서>에 언급된 "협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정권이다. 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허가 사항이 아니라면,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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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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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지적한 한국 정부의 '협박'...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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