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진표리진찬의궤 내용
이혁진
잔치행사에 앞서 '헌가(軒架)와 등가(登歌) 두 무리의 악공(樂工)이 각자 자리에서 악기를 조율한다', '잔치의 흥을 돋울 여령(女伶:무용수)들이 입장하고 혜경궁의 위상을 상징하는 의장물(儀仗物)이 늘어선다'라고 한다.
이어 '원유관(遠遊冠)을 쓰고 강사포(絳紗袍)를 입은 순조가 화려한 의장을 거느리고 등장한다', '혜경궁이 상궁의 인도를 받아 경춘전 밖으로 나온다', '순조와 왕비가 혜경궁에게 2번 절을 올린다', '여관(女官)들이 순조가 올린 전문(箋文:축하글)을 읽는다', '순조가 혜경궁의 자리 앞으로 나와 2번 절을 올린다'라고 한다.
절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절을 하면서 "천세"를 3번 외친다', "천세, 천세, 천천세"라고 한다.
이어서 '혜경궁이 왕대비 이하 모든 참석자에게 꽃을 하사한다', '여령(女伶)이 악장(樂章:노랫말)을 창한다', "자궁(慈宮: 혜경궁)의 덕이 널리 퍼지니 후손이 모두 장수하리라", "자손들이 많은 복을 받으리니 기뻐하며 길이 노래하리라"라고 한다.
노래가 끝나자 '순조가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아 혜경궁에게 올린다',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절을 하면서 천세를 세 번 외친다', "천세, 천세, 천천세", '음식과 술이 나오고 헌가와 등가가 음악을 연주한다'라고 한다.
여기서 '진표리'는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해 옷의 겉감과 안감을 진상하는 행사이며, '진찬'은 큰 경사를 맞아 거행하는 궁중잔치를 일컫는다. 등가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 같은 현악기가 중심이다. 헌가는 피리, 대금, 퉁소 등 죽관악기가 주류다. 헌가에 건고, 삭고, 응고 같은 대형 북이 포함된 것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