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국민의힘이 불과 이틀 전 의원총회의 결론을 이처럼 뒤집은 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이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국정조사 요구가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물리적으로 국정조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야당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산안 처리 여부도 영향을 끼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그저께(21일) 유가족들과 2시간을 만났다. 유가족들은 아들 딸의 영정을 들고 와서 비통한 심정으로 토로했다"라며 "제가 그 자리에서 많은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유가족도 울고, 저도 울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 유가족 중에는 '어떻게 경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가 있느냐'라고 문제제기하는 분도 계셨다"라며 "저는 유가족들에게 '특수본의 수사 결과가 믿을 수 없다면, 국정조사든 특별검사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그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 드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호영 원내대표께서 민주당과 정말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계신데, 특수본 수사 결과의 내용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민주당은 아마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예산 처리 시점과 특수본의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엇비슷한 시점에 이뤄진다면, 우리가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까지 국정조사를 강경하게 반대해 온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주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에게 "이틀 전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낸 데로, 수사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그때 국정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라면서도 "소수인 우리 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 계획을 의결하겠다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 놓았다.
일부 의원 계속 반발... "제2 세월호 망령 이용해 권력 무너뜨리려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