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대문구 대현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림(별명)입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함께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할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여성가족부의 일이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인데, 이게 없어지려면 그럴만한 큰 책임을 질 만한 일이 생겼다든지 해야 하잖아요. 이 부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있다면 생각해 보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게 없는 거예요.
제 주변에 '여성가족부 폐지돼야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왜인지 물어봤었거든요. 답이 '워낙 뻘짓을 많이 했잖아' 이런 식으로 하길래,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또 물어봤거든요. 대표적인 걸 셧다운제라고 하더라고요. 제 기억에는 그게 저 고등학교 때 나왔던 건데 그게 아직까지도 부처의 존망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일인가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한다든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 같은 사회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도와주는 업무를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신경도 안 쓰고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부처를 없애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정당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렸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그 일곱 글자만 올리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당성을 말하는 게 아니고 폐지되어야 한다는 단어만 올리는 게요. 안 그래도 루머들도 많고 여성가족부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차라리 이유라도 적었으면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잖아요. 한 부모 가정이라든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대체 어떤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려고 저런 글을 올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한 부모 가정이거든요. 엄마가 저랑 남동생 둘 키우시는데 제 입장에서는 나는 그래도 국가에서, 여성가족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걸 그냥 폐지해버린다고 하니까, 그러면 어쩌자는 거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부처를 없애겠다고 하는 게,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그 표를 받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죠.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게 만드는 거였어요. 대통령 뽑는 일인데 공약도 읽어보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안 하도록 가장 예민하고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악의적으로 건드렸던 거죠."
'무고죄 강화' 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이거 진짜 황당했어요. 무고죄를 강화시키겠다는 건 정말 그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거거든요. 제 주변 친구들도 처음에는 '무고죄를 강화한다는데 그러면 가해자로 오인받을 일도 없고 정말 정의로운 세상에 더 가까워지는 거 아니냐'라고 하더라고요. 무고죄 라는 단어만 들으면 시민이 무고하게 죄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그 취지만 들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어떻게 악용될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성폭력 사건에서는 마땅한 증거가 없어서 가해자가 무죄가 되면 그때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이런 악용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많이 이야기되지를 못한 것 같아요.
이게 사실은 언론에서 무고죄를 너무 크게 부각시키는 게 있어요. 매일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는 너무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 사건들도 많잖아요. 그 수많은 사건 중에 무고죄와 정말 연관되어 있는 사건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몇 번 없는 일인데도 주목도가 생가니까, 언론에서 쓰고 사람들은 크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정말 해결되어야 할 고질적인 문제인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고죄를 강화시킨다는 게 성폭력 피해자를 고립시키겠다는 말이랑 같은 거거든요. 얼마나 말하기가 더 힘들어지겠어요."
"낮은 성평등 지수, 성별 임금격차... 여성차별은 통계로 존재한다"
- 이준석 전 대표도 비슷한 발언을 많이 했는데요. 그중에는 '여성들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 있다'는 것이 있었어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여성이 가지는 피해의식은 정말 데이터로 나오는 거잖아요. 성평등 지수도 OECD가입국 중 바닥을 찍고 있는 거고요. 이 데이터 자체를 공격할 때도 있던데, 이게 만들어냈다거나 임의적인 수치가 아니잖아요. 임금 격차도 따져보고 경력 단절도 다 고려해서 발표한 것인데. 그리고 그 자료뿐만 아니라 많은 통계자료에서 증명이 되고 있는 거고요.
은행에서 남녀 지원자 점수 조작해서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킨 사례가 있잖아요. 그걸 좀 찾아보니까 여러 은행에서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더라고요. 이게 현실이잖아요. 이런 일이 있는데 역차별이라거나 여성을 우대함으로써 남성이 받는 피해는 도대체 무엇인지, 저야말로 진짜 궁금하거든요. 그나마 사례로 드는 게 데이트 비용 아니면 회사에서 남자가 무거운 짐 많이 든다 이런 생활에 관련돼 있는 부분밖에 없어요. 취업이나 경력을 유지한다거나 생계에 관련된 건 없잖아요."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정당성이 없다고 했는데 반면에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여성가족부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면 여성에 대한 문제는 더더욱 축소돼서 보도될 거라는 게 분명하다는 것 하나랑요. 분명히 지금 많은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여성가족부는 성폭력이라든가 성차별, 이런 거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을 할 만한 유일한 부처에요. 이 일을 다른 부처로 다 쪼개어놓는다? 그러면 그게 정말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개인 개인이 (대처)하는 방식이 될 텐데. 그게 그렇게는 해결이 안 되는 거거든요.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가 많이 되는 이유는 여성이 신체적으로 힘이 약하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조건이 발생하는 건데.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이 저질러지고 있다면 그건 구조적으로 그걸 방치하는 거거든요. 교육도 안 하고 대책도 안 세우고. 그걸 반대로 보호하고 예방하는 그게, 국가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