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심경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명의 유가족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발언을 쏟아낸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모두 28명의 유족이 함께했다. 한 어머니는 아이의 영정사진을 가슴팍에 품고 있었다. 해사하게 맑은 얼굴 위로 검은 리본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휴대폰 화면에 띄운 채 흐느꼈다. 아버지는 통곡하다, 흐느끼다 쓰러질 뻔 했지만, 잠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 호흡을 고르고 다시 돌아왔다.
희생자 송은지씨의 아버지가 김의곤씨의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를 낭독하자 회견장은 통곡소리에 잠겼다. 아버지가 '뒤로, 뒤로, 뒤로'를 읊을 때, 어머니들은 눈물을 터트렸고, 한 아버지는 "저희를 대신 데려가고 자식들을 돌려주세요"라며 울부짖었다.
이날 유족들은 6가지 요구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참사 책임이 정부·지자체·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함) ▲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유가족·생존자 포함 모든 피해자들이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 보장)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정부는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의 의사를 확인한 후 공개 가능한 희생자 이름을 공개해야 함) ▲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이 그것이다.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이하 'TF')는 희생자 유가족 34분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모은 '요구사항'을 정리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TF 공동간사를 맡고 있는 오민애 변호사는 "지난 두 차례 간담회에서 확인한 건 정부가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정부로부터 참사와 관련된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라며 "가족들은 왜 죽어야 했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유가족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진정한 애도와 추모는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며 "유가족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주체여야 한다. 재난 참사 피해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위패 없는 분향소가 유족에게는 2차 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