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전평화통일문화제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
임재근
문화제 개회사에 나선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 6개월이 지난 현재, 남북관계는 전면 파탄나고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핵전쟁 직전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은 굴욕동맹, 전쟁동맹, 한미동맹이 아니라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배제하고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켜나가는 확고한 민족 자주적 입장과 정치외교군사 정책으로 한반도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결은 전쟁을 부른다. 내외의 전쟁광들, 모든 전쟁세력을 몰아내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평화애호세력이 단결하고 단합하여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슬로건에 맞게 역사를 기억하고 민족생존의 유일한 길, 자주평화통일의 새 역사를 열어나가자"고 외쳤다.
6.15대전본부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낭독한 대표자 선언문에도 "전쟁범죄 사죄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어림없다. 한미일군사동맹 저지하자",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위험한 전쟁연습 중단시키고, 자주권 지켜내자",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하자" 등의 구호가 담겼다.
이날 선보인 공연들은 대회의 기조가 반영되어 준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마당극단 '좋다'는 동학농민혁명을 형상화한 깃발 춤을 선보였다.
이들은 내레이션을 통해 "외세의 군홧발에 짓눌린 분단체제 불평등체제에 숨 막힌 삶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130년 전 동학농민 혁명정신을 이어 받아,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갈 것인가?", "후세에 전쟁의 먹구름 가실 날 없는 분단된 조국을 물려줄 것인가? 우리 힘으로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는 통일된 대동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라고 물으며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을 강조했다.
서윤신 현대 무용가는 김원중의 노래 '그대 오르는 언덕'에 맞춰 분단의 아픔을 몸으로 표현해 냈다. 대전작가회의 회원 이미숙 시인은 4년 전 백두산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쓴 시 '백두산 천지 앞에서 나는 울었다'를 낭송했다.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넋만은 살아 자유의 깃발을 드높이 나부끼는 일이라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고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구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마당극패 우금치의 김황식 단원은 위와 같은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를 읊으며 철조망, 휴전선, 분단이 매달려 있는 나무를 잘라내는 검무를 펼치며 분단시대를 끝내자는 투지를 보여줬다.
북과 장구를 힘껏 쳐내며 펼쳐진 타악팀 판타지의 난타공연은 지난 4년간 곤두박질 쳤던 남북관계에 지쳐버린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응원가가 되었다. 대전평화합창단은 '철망 앞에서'를 부르며 분단의 상처를 노래했고,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은 '반미반전가'를 부르며 미국을 규탄, 전쟁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어린이평화합창단 하늘고래는 놀과 함께 이날 평화통일문화제의 부제와 같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부르며 문화제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