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C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제작한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KCOC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반면, 해당 사진을 공개하면서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아동이 처한 어려움을 나열했습니다. 뉴스1 <김건희 여사 "생명 길 열렸다"…심장병 아동 후원 문의 쇄도>(11월 14일 나연준 기자)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아동의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사연이 알려진 뒤 국내의 후원 문의가 쇄도했고" 김 여사도 안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동의 불행한 현재 상황을 자세히 전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모금에 나서는 것이 '빈곤 포르노'가 아니면 무엇인가요?
유명인 역시 '빈곤 포르노' 비판받았다
하지만 정치권과 받아쓰는 언론은 이 논란을 그만 둘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데일리안 <"민주당, 또 헛짚었다"…'전 세계 빈곤 포르노' 꺼낸 국민의힘>(11월 20일 김민석 기자)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과거 세계 유명인사들이 펼쳤던 봉사활동"을 공유하며 "민주당은 이분들도 '빈곤 포르노' 화보촬영을 했는지" 답변을 요구하고, "구호활동 단체도 포르노단체냐"고 직격했다며 "민주당이 잘못된 프레임의 정쟁을 걸었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빈곤 포르노'가 비판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됐고 세계적인 유명인사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노르웨이 학생·학자 국제지원펀드'가 만든 캠페인 단체 <Radi-Aid>는 '빈곤 포르노'를 만든 유명인사에게 <Rusty Radiator Award> '녹슨 라디에이터상'을 수여합니다. 경향신문 <팝가수 에드 시런, 라이베리아 어린이 도우려다 '망신'>(2017/12/13 심윤지 기자)은 유명 팝 가수 에드 시런이 "후원 독려 영상을 제작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며 영상이 "피구호자를 수동적이고 불쌍한 존재로만 묘사"하고 애드 시런 본인 중심이며 "정치적 상황이나 빈곤의 구조적 원인은 생략"해 녹슨 라디에이터상을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영국 배우 톰 하디와 에디 레드메인도 올해의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며 "유명인사가 구호 영상을 제작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심사위원은 "전형적인 '백인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가난 동정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언론, 지금은....
과거 우리 언론 역시 '빈곤 포르노'를 공론화하며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중앙일보 <기부 필요한 배고픈 아이들 사진, 왜 항상 웃고 있을까>(2019/3/20)는 조희경 한국 컴패션 후원개발실장의 기고 글을 전했는데요. 그는 "비참한 상황을 접하면 안타까움에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며 "일부러 빈곤 포르노를 이용하는 곳은 없을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정말 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지녔는지, 그들을 인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린이를 돕는 일은 부모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며 "만약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면", "내 자식의 비참한 사진으로 한 끼 식사를 구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머니투데이 <"가난하다고 동정하지마"… '아프리카의 진주'가 뿔났다>(2019/10/21 이재은 기자)는 우간다가 '빈곤 포르노'로 인해 비슷한 경제 수준의 네팔에 비해 가혹한 이미지를 가진 국가로 자리잡았다며 "최대한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일으"켜 모금을 유도하는 '빈곤 포르노'가 키는데, "모금에 효과적일지도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빈곤 원인 해소 등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데다가, 기부 수혜자들을 무력하고 희망 없는 이미지로만 그려" 기부자의 지속적인 후원 참여 의지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선진국 자선 단체들이 주축이 돼 만드는 이 같은 이미지는 일견 폭력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하며 "빈곤 포르노 없이도 얼마든지 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성적 운동'을 희극으로 만든 정치권
중앙일보 <"헵번도 포르노 찍었냐"…'포르노'만 집착한 한(국)정치 코미디>(11월 17일 윤성민 기자·심정보 PD)는 "'빈곤 포르노' 공방이 점점 한국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희극이 되고 있다"며 참담한 현실을 담은 "이미지를 모금에 사용하지 말자는 반성적 운동 과정에서 나온 용어가 빈곤 포르노"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역사적 맥락이나 문제의식엔 관심이 없"고 "'포르노'라는 표현에 집중되거나, 아니면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선정적이냐, 아니냐' 또는 '오드리 헵번을 따라 했냐, 아니냐'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빈곤 포르노'를 '포르노 논쟁'으로 키운 정치권의 유해성>(11월 17일 노지민 기자)도 정치권이 "엉뚱한 논쟁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빈곤 포르노' 지적을 여성혐오이자 모욕으로 규정한 집권여당 대응은 여성혐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는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를 옹호한다면서 '역대 영부인 중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느냐'고 말한 것은 여성을 외모로 품평하는 전형적 여성혐오"라고 지적했습니다.
'빈곤 포르노'는 새로운 지적도 아니고,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기 위해 트집을 잡는 것도 아니며 세계적인 유명 인사와 구호단체 역시 비판받아온 내용으로, 언론 역시 숙지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엉뚱한 논쟁으로 확산시키는 정치권과 이를 중계하고 정쟁에 참여하는 언론으로 인해 의미 없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진 촬영 조명 사용 여부'로 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는데요. 정치인들의 입만 중계할 것이 아니라 언론이 초기부터 '빈곤 포르노' 문제를 제대로 짚었으면 어땠을까요? 언론은 싸움 중계자도 당사자도 아닙니다. 모르는 채 잘못된 주장을 계속 받아쓸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을 다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1월 15~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2022년 11월 14~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2022년 11월 14~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빈곤 포르노'으로 검색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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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포르노' 정쟁 받아쓰기, 엉뚱한 '포르노 논쟁'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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