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 지회장
이희훈
2005년 비정규직 노조 설립 이후 지금까지 김 전 지회장은 총 두 번(2005년, 2009~2011년) 구속됐고 한 번(2010~2015년) 해고됐다. 사유는 모두 '불법' 파업이었다. 현행 노조법 하에서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2005년·2007년 파업 이후 회사로부터 각각 2000억 원대 손배가 청구됐지만, 추후 노사 합의로 철회됐다. 2007년 당시엔 김 전 지회장 임금이 가압류되기도 했다.
김 전 지회장은 "비정규직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노조인데 오늘날 대한민국 비정규직은 구속과 해고, 손배, 가압류로 가정이 파탄 날 것을 각오하지 않고선 노조를 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법 2조를 바꿔 비정규직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노조법 3조를 바꿔 무분별한 손배 청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지회장은 2018년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하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청와대 앞, 대검찰청 등에서 농성과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상태다. 오는 24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불법을 바로 잡으라는 당연한 요구를 한 김 전 지회장이 세 번째로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17일 서울 영등포에서 그를 만났다.
"불법 파견 대법 판결에도 요지부동인 현대·기아차"
- 지난 10월 27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했다.
"너무 늦었다. 2017년 2월에 2심 판결이 났는데 거의 6년 만에야 대법원 판결이 났다. 정부가 처음 현대·기아차 불법 파견을 지적한 지 18년 만이다. 그렇게 지체된 시간 동안 해고 등으로 고초를 겪은 현대차 울산의 류기혁, 현대차 아산의 박정식, 기아차 화성의 윤주형 열사가 자결했다. 수백 명이 해고됐고 수십 명이 감옥에 갔다. 판결의 기쁨보단 고통과 아픔의 세월이 더 먼저 떠올랐다.
이번 대법 판결은 1차 소송의 결과다. 1차 소송에 참가한 기아차 비정규직 271명 중 170여 명이나 이젠 정년이 지나 정규직 전환 판결 적용을 못 받는다. 이게 말이 되나. 아직도 기아차 비정규직 400여 명이 낸 2~5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법원에 계류 중이다. 저도 2차 소송에 포함돼있다."
- 대법 판결 이후 20일 넘게 지났다. 정규직 전환 절차가 이뤄지고 있나.
"전혀 진전이 없다.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는 대법원 판결 승소자들에 한해서만 정규직 채용을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쓰는 게 불법'이라는 데도 소송에서 이긴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불법이어도, 어떻게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진 최대한 싸게 비정규직으로 뽑아먹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차에선 승소자들에게 기존 근속 연수를 인정하지 않고 '신입'으로 채용하는 형식의 근로계약서를 들이밀고 있다. 10년, 20년 일한 노동자들에게 말이다. 기아차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 자체가 없다. 현대·기아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아닌가. 대법에서까지 불법 파견 범죄로 결론이 나왔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소송했든 아니든 비정규직 고용을 없애겠다고 사죄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이 안 나온다."
"노동자엔 실형선고... 불법 저지른 재벌은 왜 책임 안 묻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