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도 모과욕실에도 모과 냄새가 가득~
조영지
나는 집에 오자마자 모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어렵지 않게 인터넷에서 모과를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모과청 혹은 모과차를 담그는 용도로 많이 사는 모양인데 나는 방향제 용으로 샀다. 가격은 더 더 향기로웠다. 한 박스에 9900원.
며칠 후 모과 한 박스가 도착했다. 박스를 여니 푸르스름하고 못생긴 모과가 그득 담겨 있었다. 설익은 모과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모과를 신기해했고 남편은 '모과는 왜...?'라는 표정으로 어이없이 날 쳐다보았다. '다 쓸데가 있지 이 사람아...' 나는 화장실, 거실, 아이들 방, 안방, 곳곳에 모과 2-3개를 올려놓았다. 처음엔 가족들 모두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무반응이었지만 며칠 뒤 상황은 달라졌다.
"엄마, 난다 난다 정말 냄새가 나~ 이게 모과향이었어? 너무 향기로워~"
딸아이가 하교 후 집에 오자마자 건넨 말이다. 학생들도 처음엔 심드렁했다가 책상 위에 모과를 올려두자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퍼지는 향에 무척 놀라워했다.
"샘, 이거 여기서 나는 냄새예요? 대박! 젤리보다 냄새가 좋은데요?"
요즘 아이들은 모과를 본 적도 거의 없거니와 모과의 활용도도 거의 알지 못했다. 이 천연 방향제의 열매를 매개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니 흥미롭게 귀를 쫑긋했다.
요즘 집에 들어올 맛이 나는 건 단연코 모과 덕분이다. 아로마 테라피처럼 향기로 심신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좋은 향이 맡고 싶을 때 나도 그런 곳을 기웃대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 있는 모과 테라피는 어떨까?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는 물론이거니와 옛 향수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