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 개봉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최윤애
저금통은 다은이가 3살 때 남편과 내가 선물해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자, 아이들과 함께 봉사를 다니자는 말을 하다가 남편이 불쑥 제안했다. 다은이에게 커다란 저금통을 선물하자고. 다은이가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1학년 생일에 기부하자고. 기부할 때 사진을 남겨서 다은이에게 주면 뜻깊을 것이라고.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5년 전에 계획된 일이다.
"크고 뚱뚱하니까 아빠 돼지야."
여러 문구점을 다녔으나 원하는 크기를 구할 수 없어 결국 인터넷으로 커다란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구입했다.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이 저금통을 '아빠 돼지'라고 불렸다.
아빠 돼지는 5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조금씩 색이 바랬다. 저금통 윗면에 적힌 '기부, 2022년 10월 26일 개봉'이라는 글자도 흐릿해져 언젠가 덧칠을 했다. 그 결과 글자는 누구라도 알아볼 만큼 생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