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카페 홍귤. 함양 한주아파트와 양지맨션 사이에 있다. 어둑한 저녁, 근처를 걸을 때면 카페 통창으로 따뜻한 조명 불빛이 아른거린다.
호기심을 못 이겨 들어가면 잔잔하고 포근한 분위기, 예쁘게 전시된 유리공예 조명, 활발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장님이 반긴다. 손님이 제일 많을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홍귤. 주말에는 홍세영 사장이 유리공예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인지 예술품을 만드는 작가인지 헷갈린다. 청년 홍세영씨는 함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28살 홍세영씨는 함양에서 초, 중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경북예술고등학교(이하 경북예고) 진학을 위해 함양을 떠나게 된다. 경북예고에서 만난 미술은 모두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선택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소를 전공했다.
순수예술 자체가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에서 순수예술을 도전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순수예술을 다루는 학과 자체도 사라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어려움도 많았다. 몇 없는 조소과를 찾아 대구 영남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그마저도 입학 다음 해에는 학과가 트랜스아트과로 바뀌었다.
"트랜스아트과로 바뀌면서 더 다양한 것을 배우게 됐어요. 사진, 미디어아트, 3D 등을 더 배우다 보니 여러 가지를 더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구와 세라믹을 배울 수 있는 디자인과 수업을 추가로 더 들었어요.
그런데 이 시기 추가로 배운 것들이 정말 제 생각과 달랐어요. 순수예술이 내 생각을 담아내는 과정이라면 디자인은 되게 상업적이었어요. 상업적이면서 나의 독창성을 나타내야 하고 재료를 쓰는 방식도 달랐어요."
다양한 것을 배울 기회는 좋았지만 깊이 있게 배울 수 없었다. 예술에 욕심이 있었던 홍세영씨는 이때 크게 상심했다. 졸업하며 번아웃을 맞은 그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될 것인지 고민하던 시기여서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사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해본다면 미디어아트를 열심히 하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순수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고집이 있던 것 같아요. 헛생각이었죠. 미디어아트를 보는 것도 좋았는데 내가 미디어아트에 대한 준비가 안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상상하던 나의 미래, 내가 만들던 작품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