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정원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년, 생각하는 정원 30년' 기념행사에서 성범영 원장이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임병식
지난 5일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생각하는 정원 30주년'은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개원했다. 이후 <생각하는 정원>은 15주년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친교 행사를 개최해 왔다.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4번째다. <생각하는 정원>은 외교부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 지원을 받아 한중수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정원으로서 공인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날 30주년 행사에는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를 비롯해 문화예술인과 기업인, 관료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과 서울에서 제주를 찾은 한중 인사들이다. 성범영 원장(83)은 한국과 중국에서 '농부 외교관'으로 불린다. 이를 입증하듯 성 원장과 가까운 양국 인사들은 천리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제주를 찾았다.
성 원장은 중국 지도층과 인맥이 두텁다. 1995년 11월 17일 장쩌민 국가주석 방문이 계기가 됐다. 한중 정상회담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장쩌민 주석은 <생각하는 정원>을 찾았다. <생각하는 정원>에 감동한 장쩌민은 중국에 돌아간 뒤 "정부 도움 없이 역사를 일군 농부의 개척정신을 배우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 후 후진타오(1998년 당시 부주석)와 시진핑(2005년 당시 저장성 서기)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잇따라 방문,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 거점기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다녀간 중국 고위층만 6만여 명을 넘는다. 또 중국 관광객들에게 <생각하는 정원>은 반드시 다녀가야 하는 핫 플레이스다. 중국 중학교 3학년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는 성 원장과 <생각하는 정원>이 실렸다. 한국인 가운데 중국 교과서에 소개된 인물은 안중근 의사와 성 원장이 유일하다. 인민일보와 주요 언론도 앞 다퉈 보도했다. 인민출판사는 성 원장이 쓴 '생각하는 정원' 중국어판 '사색지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랑받는다. 이에 힘입어 <생각하는 정원> 재방문율은 높다. 유럽 관광객들은 하루 또는 이틀 일정을 꼬박 정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성주엽 대표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깨달음이다. 관람객들은 나무와 돌, 바람과 대화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만나는 여러 글 가운데 하나다. 정원은 빼어난 사유 공간이다. 둘째 아름다움이다. 세계 어떤 정원과 비교해도 차별화된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감동한다. 돌과 분재, 바람이 어울린 정원은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셋째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숭고함이다. 성 원장은 제주에 도착한 이후 지난 55년 동안 <생각하는 정원>을 가꾸는데 일생을 바쳤다. 시간을 쪼개 돌, 바람, 햇볕과 싸운, 땀과 눈물이 밴 정원에 서면 숙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