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입구 책상에 비치된 내 팸플릿.
제스혜영
정말 오랜만에 이력서를 썼다. 남편에게 영어로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물어가며 무엇보다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합니다'라는 문장을 마지막에 넣어 나름 강세를 표했다.
농장일과 청소, 온라인 한국어 튜터링 등 5일이면 연락 줄 거라고 하더니만 연락 온 곳은 하나도 없었다. 마흔 넘어 일자리 구하는 게 어렵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속상해서 발만 동동거리는데 아침에 학교 가던 딸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엄마가 믿기 어려울 거예요. 버스에서 제 옆에 앉은 누군가가 핸드폰 앱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엄마가 한국어를 가르치면 멋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싶을 거고요. 사랑해요."
서럽게 날이 섰던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래 그까짓 것, 해 보지 뭐!'
딸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어 클래스' 팸플릿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스코틀랜드 시골에 누가 배우러 올진 모르겠지만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올렸다. 일곱 군데의 지역 도서관에 문을 두드렸고 다섯 군데의 도서관에서 내 팸플릿을 입구 책상에 비치해 주신단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새라는 한국어를 배우는데 정말 관심이 많아요. K-pop을 좋아하고요. 곧 14살이 됩니다. 청소년도 받을 수 있을까요?'
한국어 수업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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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코틀랜드에서 살고 있어요. 자연과 사람에게 귀 기울이며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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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비 백만 원... 돈이 필요해서 벌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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