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서구메뚜기.개천이나 강변의 풀밭에서 짝짓기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상헌
길쭉한 마름모꼴의 몸매가 마치 묶어 놓은 볏섬을 떠올리게 하는 섬서구메뚜기는 6월부터 출현하며 11월까지 볼 수 있다. 애기 메뚜기를 어부바 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등에 업힌 녀석이 수컷이다. 사람이 다가서도 떨어지지 않고 몇시간 동안이나 업고 다니며 짝짓기를 한다. 교미 후에는 땅 속에 산란하기에 알로 월동하다가 이듬해 봄에 애벌레가 태어나 세대를 이어간다.
물가 주변의 풀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상추와 고구마 같은 작물에도 꼬이므로 농부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메뚜기목 곤충이라 손으로 잡으면 거무스름한 위액을 토해낸다. 녀석의 유일한 방어수단인데 그다지 효과는 없다.
마름모꼴 몸매에 곰팡이를 먹고 산다
글쓴이는 축대에 대해 기묘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생긴 그대로의 화강암으로 만든 전통의 축대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으나 마름모꼴 돌을 쌓아 만든 옹벽은 지금도 무서움을 주는 대상이다. 어렸을 적 내 키보다 한 참이나 큰 마름모 축대를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를 느꼈다. 뾰족한 돌을 위태한 각도로 쌓아 올리고 시커먼 이끼로 뒤덮인 구멍으로 무언가 부정한 존재가 흘러나올것 같아 겁을 집어먹곤 했다.
정수리 털을 홀랑 밀어버리는 일본식 상투, 조리와 게다(일본인의 나막신), 엄지 발가락을 끼우는 일본식 버선 타비 등은 아직도 기이한 불안감을 주는 물건이다. 수없이 흔들리는 어른이 되어서야 이 기괴한 무서움의 정체를 깨달았다.
"김선생! 일본을 긍정적으로 볼라치면 반드시 실패헙니다! 일본은 야만입니다."
도올 김용옥 지음 <혜강 최한기와 유교>에서 박경리 작가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글쓴이가 마름모 돌에서 느꼈던 막연한 공포심의 정체가 바로 야만이었다. 인지 능력이 발달하기 이전, 순수한 어린이의 시각은 그 본질을 어슴푸레하게나마 알아차렸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