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연고 추모의 집서울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 철재 캐비닛에 봉안된 무연고사망자 분들의 유골함
남궁현
최근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보관하는 봉안시설 운영이 인권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친밀한 지인 등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연고 봉안시설 운영 실태
서울시의 봉안시설인 '무연고 추모의 집'에는 3000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이 봉안돼 있다. 추모의 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곳은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지 않는다. 애도와 추모를 위한 공간이 아니니 '장사법' 제12조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같이 '무연고 사망자'의 봉안시설을 별도로 운영하는 부산시·인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부산시의 경우에는 미리 신청받아 영락공원 직원의 입회하에 제한적으로 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 화성·안양·부천·광명·안산·시흥시가 함께 운영하는 함백산 추모공원도 부산시의 경우와 같이 요청이 올 때마다 개방을 지원한다.
한편, 제주도의 경우에는 별도의 무연고 봉안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일반 봉안시설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고인이 봉안된 위치를 확인하고 추모할 수 있다. 그리고 시립 봉안시설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사설 봉안시설을 사용하고 있어 제약 없이 애도할 수 있다.
이는 무연고 봉안시설 운영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없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애도의 지역 격차가 생기고 추모와 애도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애도할 사람이 있는 무연고 사망자
흔히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 없고 사회와 완벽히 단절된 채로 홀로 살다 외롭게 돌아가신 분이라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중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인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전체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가족이 있으나 재정적 어려움 또는 관계 단절로 장례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것이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밀한 관계의 지인과 이웃이 있을 수 있고, 기독교·천주교·불교 신앙공동체에 소속돼 있을 수도 있다. 즉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다고 해서 고인에게 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856명 중 254명(29.7%)의 장례에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고인이 무연(無緣)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지난 10월 17일에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가 진행됐다.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센터는 '무연고 추모의 집'에 방문하길 희망했던 100여 명의 사별자에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무연고 추모의 집'은 이날 단 하루만 개방되는 관계로 시간이 되지 않는 이들은 다시 1년을 더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