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서울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absolutely avoidab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불과 몇 주 전 이태원에서 정부가 후원하는 글로벌 축제가 열렸을 때와 달리 핼러윈 참사 당일에는 차량 통제나 보행자를 안내하는 폴리스라인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5만5000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었을 때도 1300명의 경찰이 배치됐고, 한국은 정치 집회가 열릴 때 작은 규모라도 군중 통제를 위해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비교했다.
이어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가 콘서트나 집회와는 다르고, 한국에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규정이 없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가 "경찰 배치의 주요 목적은 군중 통제가 아닌 병렬 작업(parallel job)이었다"라고 말한 것을 덧붙였다.
또한 사고가 벌어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대해 "위험한 병목 지역이라는 점을 경찰과 관련 당국이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했지만, 경찰·서울시·정부 중 누구도 이 지역의 군중 통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밀라드 하가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수 "당국은 밀집도가 높은 곳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며 "과거의 사건을 통해 이번에 서울에서 벌어진 사고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과거 핼러윈 주말에 이태원역을 찾은 사람이 2019년 9만6400명, 2018년 10만2200명이고 올해는 약 13만 명까지 급증한 것을 거론하며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는 최근 10년간 인기가 점점 늘어났고,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서 열광적인 인파가 몰렸다"라며 "그럼에도 관계 당국이 이를 예상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 언론 "이태원 참사, 남의 일 아냐" 대비 촉구
한편, 일본 언론은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신문>은 1일 자 사설에서 "일본인을 포함해 300명 넘는 사상자가 나온 참사에 너무 고통스러워 할 말을 잃었다"라며 "희생자분들께 애도를 전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군중 밀집을 막을 수 없었는지, 경계 태세는 충분했는지 등 풀어야 할 점이 많다"라며 "다만 과도한 경계로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키거나 집회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은 2014년에도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해 300명 넘게 숨졌고, 또다시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을 지키지 못한 사고를 자책하며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을 거듭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