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오전 서울 1호선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6시 10분. 퇴근 지하철은 역시 만석이었다. 내가 탔던 역은 무난했지만, 역을 거칠 때마다 탑승하는 사람들은 배로 늘어났다.
그중 9호선 동작역은 마치 '신문지 게임' 같았다. 지금 이 지하철을 안 타면 영영 탈락인 것처럼, 그 좁은 공간에 너나 할 것 없이 발부터 들이민다. 한시가 급한 현대인들에겐 다음 지하철을 기다릴 10분의 여유조차 없는 걸까.
이날도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타기 시작했다. 숨을 편히 내쉴 만한 틈새는 순식간에 모두 메워졌다. 유독 체구가 왜소한 편인 나. 가슴을 짓누르는 주위의 묵직한 압박에 저절로 '억' 하고 신음이 났다. 간신히 얼굴만 빼꼼 내놓은 채 입으로 얕은 숨을 몰아쉬고 있던 때였다.
지하철 문 앞쪽에서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타세요!", "다음 열차 타세요!", "앞 사람 밀지 마세요!" 한 명이 아니었다. 두세 명은 되는 듯한 목소리였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늘 당연하게 여기며 견뎌 왔던 출퇴근 지옥철.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로 하여금 순간 '당연한 게 아닌 것'이 되었다.
물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서도 문 앞에서 아슬아슬 버티던 이들은 있었다. 다만 나는 지하철 안 공기의 흐름이 조금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틈도 없이 붐비던 인파, 곳곳에서 들리던 신음 소리.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분명 똑같은 일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