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권우성
- 30일 오전 1시 40분경 이태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페이스북엔 경증환자 4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고 설명했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폴리스라인이 쳐 있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인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피해자들과 사고 현장이) 다 노출돼 있었다. 환자들은 추워서 덜덜 떨면서 의료진 천막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기 중이었고. 의료진 천막에 모인 DMAT팀이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소장이 통제를 해야 했는데, 우리 팀이 갔을 때 어떤 지시를 별도로 받진 못했다. 여전히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서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대기하는 와중에, 다른 DMAT팀도 하나둘 도착했다. 저는 경증환자 분류와 이송 등에 참여하다가 현장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만나서 함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상황실로 이동, 현장 병상 배치 등을 파악했다."
- 남은 환자들은 경증이었다지만 워낙 사고 충격이 커서 힘들어했을 것 같다.
"(다들) 덜덜 떨고 있었다. 경증이라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 사람도, 간단히 처치를 받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상황이 그렇다 보니 공포와 충격이 컸고 또 새벽이라 추위로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섣불리 얘기하긴 어렵지만, 초기 응급대처도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당시 현장에서 참여한 응급의학과 의사들 인터뷰 등을 보면, 우선순위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순천향대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들 중에도 사망자가 많았다(보도에 따르면 이송된 82명 중 79명이 최종 사망 - 기자 주). 그렇게 이송한 게 적절했는지 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급증한 사망자... 초기 대처 되짚어볼 필요 있다"
- 병상 배치가 제대로 이뤄졌냐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DMAT팀이 참여했기 때문에 인접한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경희대병원 등으로 갔을 텐데, 어느 병원에 몇 명 입원했는지도 아직 공개 안 되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중상자가 33명이라는 것도, 이 가운데 기관 삽관은 몇 명인지, 실제로 중환자실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병실에서 중한 것인지 등이 공개되지 않아서 아직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지금 실시간으로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긴 하다. 사망자만 해도 초반 (중앙상황실에 올라온 규모는) 20명을 얘기했는데 (현장 파악 보고에선) 80명으로, 거기서 (최종) 150명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그건 부상자 중에 사망자로 넘어간 사람들이 꽤 있다는 뜻이다. 이 지표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 사망자 급증은 아무래도 초동대처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그 또한 의료 브리핑이 아직 없어서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CPR(심폐소생술)했던 환자들 대부분이 소생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다. 이미 접근도 늦었고, (사고 현장에서) 빼내고 의료적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골든타임 4분'도 놓쳤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CPR을 했다지만 정말 살릴 수 있는 CPR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사망한 사람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 CPR이었는지... 좀 더 증언이나 목격자들의 상황이 나와야겠지만 후자였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 어쨌든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CPR을 시도했을 텐데.
"맞다. 의미 없는 CPR인데도 사망자의 친구가 계속 해달라고 부탁해서 안 할 수 없었다는 증언도 있더라. 전문가들도 '이렇게 큰 규모의 압사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살리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예방하고, 사전에 통제가 잘 돼야 한다'고 말한다. 참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은 분명했다."
"생존자·유족·구조요원 위한 국가 역할 무엇인지 되돌아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