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에 들어간 가게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 현장 인근의 한 카페가 휴업을 공지하고 있다.
곽우신
이때까지만 해도 속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행사장?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특별한 행사장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얼마 후 어느 단체 톡방에서 참혹하기 그지없는 영상을 마주하고 말았다.
해밀턴 호텔 옆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마치 산처럼 쌓인 인파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제일 아래 사람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10초짜리 영상이었다. 방금 전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청춘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생과 사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상이 아닐 수 없었다.
7~8년 전까지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은 나름 친숙한 공간이었다. 당시 만났던 친구의 자취방이 해밀턴 호텔 바로 건너편이라 동네처럼 들락이던 곳이었고, 이후 출퇴근을 했던 사무실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해 프리랜서로 일하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단골 가게를 만들었던 곳도 모두 바로 그 이태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가 친숙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바로 그 공간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를 속보와 제보 영상으로 접하며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해밀턴 호텔 뒤 주변 골목 곳곳마다 꽉꽉 막힌 인파를 보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압사 상황에서 맨 밑에 깔린 피해자가 미동도 없는 모습이나 이태원 중앙도로 위에서 단체로 CPR을 하는 생경한 풍경도 보는 이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영상으로 접한 이들이 이럴진대 실시간으로 이태원 참사를 목격하고 그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상처는 어느 정도였을까. 사고 신고가 경찰에 처음 접수된 시각이 밤 10시 20분경이라고 한다. 압사 참사는 대체로 핼러윈 축제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토요일 밤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는 참사가 벌어지던 그 시각에도 이태원역을 통해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아마 밤새도록 그런 유입과 퇴장이 계속됐을 것이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핼러윈 기간을 경험해 본 이라면,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 주춤했다 하더라도 수년째 계속 커져 온 축제 상황을 지켜본 서울시나 용산구, 용산경찰서 담당자들은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30일 새벽, 사망자가 발표됐다. 처음 2명이 던 사망자는 새벽 3시를 넘기자 130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참담했다. 안타깝게도,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사망자는 15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러게 왜 이태원에 놀러 갔느냐'라며 피해자들 탓을 하거나 경찰이나 행정 당국 책임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청춘들은 죄가 없다. 6호선 지하철에서 만난 청춘남녀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요, 친구이고 친척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축제와 해방감을 만끽하려던 이들에겐 문제가 없다. 언론만 해도 불과 며칠 전까지 핼러윈 축제로 인해 활력을 얻을 이태원 상권의 기대감을 앞다퉈 소개하지 않았는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