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제주4.3위령제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전회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제주4.3위령제의 위령 굿
박진우
진아영 할머니의 사촌 진위현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이 쏜 총에 턱을 맞아 턱이 없어져 버렸지. 내가 가 봤는데 걸레로 상처를 싼 채 눕혀 있었어. 죽은 사람을 왜 눕혀놨는지 하며 생각했는데 살아있었어. 근데 턱이 없었져서 차라리 죽는게 나았었지. 어려운 시절이어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살이 썩어 가면서도 모진게 생명이라 살아나더라..."
할머니는 어렵게 목숨을 건졌으나 아래턱을 잃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삶을 55년 동안 살다가 2004년에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아랫턱을 잃어버린 할머니는 하얀 무명천으로 가려서 살다보니 할머니의 이름보다는 아픈 상처를 감췄던 무명천 할머니로 불렸다. 아랫 턱이 없으면 음식을 씹을 수가 없고, 음식을 씹지 못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으며, 영양분을 공고로 섭취할 수가 없어 영양실조와 위장병 등 건강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턱 없는 모습을 보고 놀랄 것을 의식해 다른 사람과 식사도 같이 할 수 없었고, 집에서 문을 굳게 닫고 늘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고통스런 삶을 살다 갔다.
아픈 할머니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해안가에서 나는 톳이나 동네에서 많이 나는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를 따다가 팔아서 읍내에 있는 병원을 다니며 생활을 하다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질병의 합병증으로 2004년에 눈을 감았다.
무명천 할머니는 4.3 당시 희생된 여러 후유 장애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원혼을 달래는 굿의 첫 순서로 초감제는 진아영할머니와 같은 마을에서 성장한 고덕유 심방이 집전을 하였고, 연유닦음을 통해 굿을 하게 된 연유를 신에게 고하면서 할머니의 고통스런 삶을 눈물로 풀어 나갔다.
두 번째 무제(巫祭)는 죽은 영혼의 울음이자 죽은 자에게 죽어서 억울한 심정을 이야기하는데, 할머니가 생전에 못 다한 말들을 심방의 입을 통해 풀어 놓으므로써 맺힌 한을 풀고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승의 발걸음을 가벼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영게올림 의례에서는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