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창가에서 본 고깃배의 불빛들 병원을 나가라 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은 알아보지 못한 불안한 상황에서 저 멀리 저녁 바다와 고깃배의 불빛들을 보았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처럼 나도 소원을 빌었다. 내일 입원 상담을 가기로 한 병원은 나를 받아주기를.
이진순
그 불빛 덕분인지 소원이 이루어졌다. 상담 과정에서 의사는 내가 아직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이니 한 달 입원하는 것으로 하자, 골절의 경우 입원 기간을 오래 인정해주지 않는다, 입원을 해도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니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갈 데가 생겼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불안이 사라졌다. 그 당시 나는 내 몸을 잘 치료해줄 좋은 병원이 아니라 나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을 찾는, '병원난민' 같은 처지였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입원 병원을 정하게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해서 화가 나고 답답하고 불안했을 때, 나가라는 병원과 주치의에 대한 욕을 포함해서 같이 수다 떨고 흥분하고 뭐라도 도움 되는 정보들을 알아봐주려는 친구들이 있어 그래도 다행스러웠다. 그런 시간들이 충격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충격을 줄여주는 매트리스같은 역할들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나가라는 통지는 받았으나 대안이 없어 불안했던 어느 날, 옆 병실에서 사람들이 와서 병원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고 얘기를 나누다가 어찌어찌 노래자랑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며칠 전 입원해서 조용하고 우울하게 계시던 할머니 환자분이 고운 목소리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병원 이름을 따서 '00노래자랑'이라 부르고, 상품으로 음료수도 돌리면서 놀았다.
아무래도 노래, 수다, 웃음 등은 참 좋은 심신의 치료제인 것 같다. 치료라는 목적을 위해서도 좋지만, 노래하고 웃고 떠들며 지내는 순간은 그 자체로 나에게는 빛나는 보석이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그랬던가?
가수 한대수는 자신을 낙천적 염세주의자라고 했다. 서로 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삶의 비극성을 인정하되 그것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여유 같은 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찰리 채플린 영화와 한대수의 노래를 감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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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겨울밭, 붉은 동백의 아우성, 눈쌓인 백록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포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제주의 겨울을 살고있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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