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의 회관중국상인들이 모여살았던 호이안은 고향사람들끼리 모여 회관을 세웠다. 회관은 그들의 소망을 빌던 사당이자 커뮤니티였다.
운민
강변도로가 끝나갈 무렵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 사진을 찍는 광경을 목도할 것이다. 이곳이 호이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내원교라 불리는 목조 다리다.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 상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다리 위에 기둥과 화려한 지붕을 얹어 일본풍이 가미가 되었다.
참고로 이 다리를 경계로 오른쪽은 중국 상인이 왼편은 일본 상인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도막부 시절 쇄국정책이 심화되면서 17세기를 기점으로 일본 상인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상인이 있던 구역도 화교들의 차지가 되었다.
내원교 내부에는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모셔진 작은 도교사원이 들어와 있다. 내원교를 건너면 동네 분위기가 한껏 한적해지니 붐비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이곳을 거닐어도 좋다.
화교들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험난한 외지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차이나타운마다 회관을 세우고 관우 사당과 마조신을 모셨다. 호이안 역시 관우 사당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관우는 충의를 상징하지만 또한 재력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호이안은 복건, 광동, 하이난, 조주 등 각 지방에서 모인 화교끼리 친목 도모를 위해 지역별로 회관을 건설했는데 각 지방 출신의 화교들끼리 이곳에 모여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고 조상의 공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호이안에서 가장 중국 색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회관이라 할 수 있는데 건물뿐만 아니라 조경까지 중국 전통기법에 따라 건축했다. 각 회관은 기본적으로 패방과 출입문, 안마당, 정원, 본당, 사당을 갖춘 구조고, 비슷해 보이지만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푸젠(복건) 회관을 방문하길 추천드린다.
안전한 항해를 관할하는 바다의 여신 천후신을 모시고 있고, 실물을 20분의 1로 축소한 중국 선박이 인상적이다. 호이안의 고가옥들은 베트남, 중국, 일본 양식이 혼재되어 있는데 그중 떤끼고가는 각 나라의 가옥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건물로 평가받는다.
격자모양으로 지붕을 받친 모습은 베트남 양식이지만 육각형 천장, 대들보는 일본 건축양식이다. 내부의 장식들은 중국식 요소가 강하다. 베트남 특유의 좁고 기다란 구조의 2층 건물로 건설 당시에는 실크, 차, 목재, 계피, 한약재 등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쓰였다.
정문과 후문이 나 있는 방향이 각기 다른데 정문은 호이안에 거주하는 상인들이 사용했고, 후문은 강에 정박한 배에 물건을 싣기 편리하도록 해 외국 상인들이 즐겨 이용했다.
저마다 비슷한 인상이지만 호이안의 골목마다 수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화에선 미처 다루지 못했던 호이안과 그 주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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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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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올드타운, 밤도 좋지만 새벽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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