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평택에서 강규형(50)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을 만났다.
김성욱
- SPL 평택 공장에서 얼마나 일했나.
강규형 : "10년 됐다. 성형 과자 라인에서 꽈배기나 소시지를 만든다."
지윤선 : "5년 차다. 원래 강 지회장과 같은 라인에서 일했는데, 노조 활동을 한 이후 별 이유도 없이 라인이 변경됐다. 지금은 샌드 라인에서 케이크 안에 들어가는 빵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
- 일과가 어떻게 되나.
강 : "주간 조는 아침 8시, 야간 조는 저녁 8시에 출근해 12시간 일한다. 사실 요즘 시대에 12시간 근무가 말이 되나. 8시간 근무가 안착된 게 언제인가.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8시간 일하고 퇴근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 그럴 거면 밖에서 알바 뛰는 게 낫지, 뭐 하러 여기서 밤새도록 고생하겠나. 12시간씩 밤새 일하면 그나마 먹고 살 만큼 월급이 나오니 여기 취직해 있는 거다.
그러니 이곳 사람들은 자원해서 야간 일을 하려고 한다. 나도 야간 근무를 했었지만 노조 지회장을 하고 난 뒤부터 야간 작업에서 제외됐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준 거다. 10년 차인 내 현재 월급이 280만 원이다. 딸이 중학생인데, 이걸로 세 식구 생활이 되겠나.
12시간 근무 중 쉬는 시간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15분씩 세 번이다. 하지만 실상 한 번 올라온 밀가루 반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라인은 계속 돌아가는데 내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라인에 서면 두 시간 이상 꼼짝 못한다. 그렇게 한 열 시간 쯤 꽈배기, 소시지를 말다 보면 그로기 상태가 된다. 하늘이 다 노래진다. 다들 손목에 파스 투성이다."
지 : "사정은 어느 라인이건 비슷하다. 다만 케이크는 시즌이 돌아오는 11월부터 야간 근무가 시작된다. 5년 차인 내 월급은 240만원 정도다."
- A씨가 일했던 냉장 샌드위치 라인은 특히 노동 강도가 높다고 들었다.
강 : "'치킨 500봉 까느라 죽겠다'는 A씨 카톡 내용이 모든 걸 말해준다. 샌드위치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50여 명인데, 이중 야간 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20여 명에 불과하다. 물량을 맞추려면 야간 작업이 필수지만, 야간엔 수당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최소 인원만 야간으로 돌린다. 평소 일을 잘했던 A씨는 야간 조에 속해 있었다. 야간 조는 주간 작업자들이 샌드위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속에 들어가는 재료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소스나 치킨, 계란 으깬 것, 고기, 토마토, 오이 등을 계속 날라 기계에 붓는데 무게가 15kg 이상씩 나간다."
지 : "이전부터 샌드위치 라인에선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 '휴일에 쉬고 싶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샌드위치는 유통기한이 짧아 휴일에도 돌아가면서 근무를 해야 했던 거다. 게다가 자정이 돼야 그날 주문량이 정확히 내려오는데, 만약 그날 물량이 평소보다 많으면 남은 새벽 시간 동안 죽어난다. 심야에 예비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타이트 하게 인원이 배정돼있기 때문에 사람을 더 짜내야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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