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하나인 영축산 정상.
윤성효
"15년 동안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취서산장은 한국에서 보존해야 할 문화라 생각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추억을 주고 있다."
영축산(靈鷲山, 해발 1081m, 일명 취서산)에 있는 취서산장이 보존되기를 바라며 한 외국인이 쓴 글이다. 산장 입구에 "전국 산악인 여러분, 철거 반대 서명에 동참 부탁드립니다"는 글귀와 함께 놓여진 수첩에는 이 외국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보존을 염원하며 글을 써놓았다.
이들이 취서산장 지키기에 나선 이유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산장 철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산장이 불법 시설물이라며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낸 상태다.
1999년에 생긴 취서산장은 올해로 22년째다. 울주군은 산장지기 이아무개(65)씨한테 지난 9월 1, 2차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 20일 3차 계고장을 통해 자진철거하도록 했다. 울주군은 "산지에 불법으로 설치한 시설물로 산지관리법 위반"이라며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주군은 11월 중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영남알프스 아홉(9)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영축산은 가지산도립공원 구역 안에 있고, 울주 삼남읍 방기리와 경남 양산시 하북면‧원동면의 경계다. 취서산장은 영축산에 있는 유일한 쉼터다.
울주 쪽에 있는 취서산장은 울산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등산객들은 꼭 들리는 곳으로 인기도 높다. 지난 6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산장에서 들러 컵라면을 먹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다.
산장 측은 등산객들이 문 전 대통령이 앉은 자리를 많이 물어봐 의자에 알림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의자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님 앉으신 자리입니다. 6월 8일, 7월 27일"이라고 적혀 있다. 산장지기는 "하도 물어 보는 등산객이 많아서 일일이 대답하기도 그래서 적어 놓은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퇴임‧귀향 이후 네 차례 취서산장에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