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전북 순창군 유등면 소재 논에서 벼를 수확하는 모습.
최육상
순창군의 또 다른 농민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여당에 '양곡관리법, 농민에 도움 안 된다'고 마치 어떤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는 것처럼 단정해서 말하는 대통령을 본 기억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여당은 정책 결정과 법안 마련에 있어 야당과 잘 협의해서 진행하길 바란다' 정도로 언급할 사항을 '안 된다'고 단정해서 말했는데, 대통령이 여야 갈등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농민은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내용이 있지만 60마지기(1마지기 200평) 농사를 십수 년째 짓고 있는데 현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나락값은 이명박 정부 때 바닥을 쳤다가 문재인 정부 때 그나마 조금 회복됐었는데, 올해는 기름값과 비료, 기계운임비 등 생산비가 턱없이 올랐음에도 나락값은 오히려 떨어져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라면서 말을 이었다.
"논 한 마지기 기준으로 농사를 잘 지을 경우 나락은 네 가마니(한 가마니 80kg)가량이 나와요. 저는 소작을 하니까 논 주인에게 줘야 할 몫이 한 가마니, 기름값·비료·기계운임 등으로 한 가마니에서 한 가마니 반 정도가 지출되는 구조예요. 한 마지기 농사지어서 손에 쥘 수 있는 건 많아야 한 가마니 반 정도예요. 내년에는 막노동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
이날 오후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던 한 농민은 "양곡관리법이 반드시 개정돼 쌀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지만, 시장격리가격은 최소한 수확기 산지 평균가격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하고, 무엇보다 시장격리는 적정 시기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이날 만나 본 농민들은 '쌀값 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농민들은 생존에 직결되는 양곡관리법 개정 내용과 정부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했다.
한 농민은 "일회성 시장격리가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번 기회에 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쌀 최저가격제도 도입, 쌀 수입 중단·저율관세할당 폐기, 100만 톤 이상 공공비축미 확대 등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농민은 이어 "쌀은 요건이 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문재인 정부 농정 성과라고 할 수 있는 '2017년도 쌀값 회복'은 미리 선제적으로 시장격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격리는 수확기가 끝나기 전에 먼저 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 개정 반대하기 전에 농촌 현실 직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