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유성호
최근 이은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에 내정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사장 최종 선임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오는 11월 17일에도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국회사무처의 예산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 12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조합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대의원 182명이 참석하며, 표결을 거쳐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여부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낙하산 논란 없애기 위해 '최초 공모제' 실시
조합은 지난 9월 2일 각각 3년 임기의 이사장과 상임감사 초빙 공고를 냈다. 34년의 조합 역사상 처음 실시하는 공모제였다. 이사장의 자격요건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 ▲ 조직 관리 및 경영 능력 ▲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이사장에는 8명의 후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합은 6명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1차 면접심사에 참여할 이사장 후보로 5명을 추렸다. 그런데 5명의 후보 중 두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3명의 후보만 1차 면접심사에 올랐고, 2차 면접심사에는 이은재 전 의원과 천길주 전 삼부토건 사장만 참여했다.
이 전 의원은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천 전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영업본부장(전무)을 역임했고, 삼표그룹과 삼부토건 사장을 지냈다.
조합의 운영위원회(총 20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는 두 차례의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이 전 의원과 천 전 사장을 대상으로 투표에 들어갔고, 18명의 운영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해 이 전 의원이 12표, 천 전 사장이 6표를 얻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차기 이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조합도 지난 12일 "최초로 공모제를 도입해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사장에 이은재 후보자를 추천했다"라고 공고했다.
이 전 의원이 조합의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그에게 조합에 가장 필요한 '건설'과 '금융'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은재 이사장이 대통령실 뜻'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 전 의원을 이사장에 앉힌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의 한 운영위원도 <오마이뉴스>에 "이사장에는 금융 전문가가 오는 게 제일 좋다"라며 "이 전 의원이 정치력에서는 조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인물들이 자기 인맥을 박으려고 했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발했다.
조합은 낙하산 논란을 없애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공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건설'과 '금융' 경험이 전무한 여당 출신 정치인이 이사장에 내정된 뒤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면서 공모제의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 공교롭게도 '최초의 공모제'를 홍보하는 조합 보도자료의 제목은 <자산 6조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공모제' 도입… 전문경영인에 키 맡긴다>였다.
국회의원 시절 예산 1200만원 빼돌려 '사기혐의'로 재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