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봉마을 풍경. 학포당으로 가는 길에 감나무가 늘어서 있다.
이돈삼
마을 입구에 김해김씨 충신각이 서 있다. 정면 2칸, 측면 1칸으로 김해김씨 3명의 정려(표창하는 일)다.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전사한 김인갑(1564~1593)-김의갑(1566~1593) 형제와 병자호란 때 죽은 김시엽(1589~1637)의 충의를 기리고 있다. 인갑-의갑 형제는 임진왜란 때 유생들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모친상 땐 3년 동안 시묘를 했다. 충신각은 1872년에 세워졌다.
학포 양팽손(1488~1546)의 서재인 학포당도 마을에 있다. 노랗게 변색되기 시작한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어우러진다. 나무의 키가 35m, 둘레 8m에 수령 500년 남짓 된다. 양팽손의 둘째 아들 응태가 심었다고 전한다.
학포당은 1521년 양팽손이 지었다. 처음엔 '쌍봉정사'로 이름 붙였다. 양팽손은 형편이 어려운 후학들에게 방을 내줬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학동의 집에 양식도 보냈다. 후학들도 기쁜 마음으로 그를 따랐다.
양팽손은 후학을 가르치며,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양팽손은 서화(書畫)에 능했다. 산골 선비의 고고한 삶을 시문으로 남겼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의 작품은 10여 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산수도는 16세기 한국 회화를 대표한다. 호남 화단의 선구자였다. 그의 화풍은 공재 윤두서, 소치 허련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학포당은 1922년에 다시 지었다. 앞면과 옆면 각 3칸 규모다. 지붕은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