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돈은 모두 은행으로... 정기예금·채권발행 모두 '역대 최대'
연합뉴스
"요즘 금리가 장난 아니에요."
앞에 앉은 선생님이 대뜸 금리 이야기를 했다.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크다는 것인지, 금리가 높아져 은행의 예금 이자가 오른다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은행 예금 금리가 많이 올랐죠?"라고 되물었다.
내가 봐도 금리 오르는 속도가 무섭다. 하루가 다르게 은행 이자가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더불어 많은 돈이 은행으로 몰린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나라도 기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은행 금리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 같다고 앞자리의 선생님은 덧붙였다.
'적금금리 9%'... 펄럭이는 현수막
우리 집은 은행과 공동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온전히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삶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여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건 아닌가 싶다. 식비나 통신비처럼 대출이자가 당당히 생활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해서 소소하게 들어가는 적금을 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큰돈을 모은다는 것보다는 삶의 작은 재미이자 보람 같은 것이었다. 작은 돈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성실함의 지표이기도 했다.
그런 내게 요즘의 높은 금리는 조금 더 무리를 해서라도 적금을 꼭 가입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먹게 했다. 그간 높은 예적금 금리를 확인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어느 곳인지 위치를 확인하곤 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적금금리 9퍼센트, 예금금리 5퍼센트를 준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고, 반드시 은행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마침 시험기간이라 조퇴가 가능했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한 지 오래되어 은행 창구는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작정하고 들른 곳은 내가 사는 곳이 아닌 인근 시의 작은 단위 농협, 낯설고 어색했다. 이자로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높은 이자율 수치에만 홀린 듯 이끌렸고 약간의 불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좁은 은행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소파는 빈자리가 없었고 객장에서 안내하는 직원은 번호표가 불릴 때마다 이곳저곳 다니며 손님들의 번호를 확인하곤 했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기 번호가 불릴 때마다 번호판을 주시하며 자신의 순서를 확인했다. 15명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내 차례는 1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겨우 창구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이미 은행 문이 닫힐 시간이었고 창구는 쉬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창구에서 들려오는 대화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은행에 온 이유는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았다. 20,30대가 절반 정도, 지팡이를 짚고 온 80대가 훌쩍 넘어 보이는 분도 있었다. 특별판매 상품으로 나온 높은 이자율은 내게만 솔깃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예적금을 문의하고,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모바일로 해당 지점의 법인 통장에 금액을 이체해서 적금을 계약하는 방식으로 일은 처리됐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 이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마냥 좋게 생각할 수는 없다. 통장에서 언제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대출이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변동이율이었고, 슬금슬금 오른 이율로 매달 정확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금리가 장난 아니라고 말했던 이도 대출이자 부담은 그것대로 크게 공감했다.
부자들에게는 지금이 호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