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당 중앙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시 주석의 3 연임은 사실상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입법 권력이 국가 전체를 지도하는 체제, 하나의 정당이 입법 권력을 영구 지배하는 체제. 이 두 원칙과 함께 최근까지 중국 정치의 특징을 이뤘던 또 하나의 원리는 바로 집단지도체제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바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사이에는 서열이 정해져 있지만 표결에는 1인 1표를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의 7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시자쥔(시진핑 계보)과 공청단(공산당 청년조직 출신의 계파)이 비슷한 지분으로 양분하고 있다. 서열 3위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서열 6위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서열 7위 한정 국무원 부총리가 시진핑 총서기의 계파에 속한다.
반면 서열 2위 리커창 총리, 서열 4위 양왕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서열 5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가 부주석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속해 있는 공청단에 속해 있다.
이들 7인 가운데 수 명은 이번 20차 당대회를 끝으로 물러나게 되고 새로 정치국 위원 25인 가운데서, 또는 경우에 따라 200여 명의 중앙위원 가운데서 새 인물이 발탁돼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그리고 그 새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차차기 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 및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진핑 현 총서기가 물러난다는 전제에서. 만약 시진핑 현 총서기가 5년 후에도 물러날 뜻이 없고 버티겠다고 하면 이번 당대회에서 새 인물이 상무위원회로 합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낮겠지만 지금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새 인물이 수혈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이 과거 전임들보다 막강해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자민당이 사실상 권력을 독점 지배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당 내부의 계파가 순환하는 구조를 가진다.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원래 태자당(건국 공신의 2세 그룹) 소속으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시진핑 자신이 측근을 거느리는 계파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계파 정치의 기원은 1989년 톈안먼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민들의 거대한 민주화 요구를 무력 진압한 덩샤오핑 정권과 중국 공산당은 1인 절대권력 체제에 위기감을 느끼고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마침 퇴진을 앞둔 덩샤오핑은 자신의 후계자로 상하이 당서기 장쩌민을 지명하면서 또다시 1인 절대권력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아끼던 후진타오를 상무위원으로 발탁, 차차기로 포석한다. 차기 장쩌민과 차차기 후진타오는 이때부터 이른바 상하이방과 공청단을 각각 대표하며 보시라이, 시진핑 등의 태자당과 함께 중국 공산당 3대 계파 시대를 연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권력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한 덩샤오핑의 '통시적 권력분배'는 중국식 계파정치를 낳게 됐고,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중국 정치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정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상하이방과 공청단이 집권한 20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 견주는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특유의 안정적 정치 문화까지 정착시켜왔다. 전 세계는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목도하면서 중국식 모델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중국은 조만간 국제사회의 안정적 리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인권, 소수민족 탄압 문제는 시간을 두고 차츰 해결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경제가 뒷받침된 단단한 시민계급이 출현하면 인권 문제는 해결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중화 패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