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인권센터는 인권의 목소리가 세상 곳곳에 울려퍼지도록 활동하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며 화성행궁앞에서 진행한 반전 퍼포먼스
다산인권센터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떤 무력감을 경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듭되는 학생의 자리에서 그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계속해서 겪었다. 그 감정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되려 더 짙어져만 갔고 그때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오래도록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그러다 마침내 다산에서의 시간을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갈피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다산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내게 방법을 제시해 준 최초의 공간이었다.
자원활동을 한 1년 남짓 한 시간 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옹기종기 둘러앉아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수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가 되면 분주히 제 할 일을 하고 필요한 곳에선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다산에서 매 순간 순간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날이 다 좋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테다.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도 날도 있었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알아갈수록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되려 더 어려워지는 듯했다. 가끔은 현실을 비관하기도 하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이게 맞는 건지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전염병, 기후 위기, 전쟁, 폭력, 빈곤, 증오, 차별 그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들끓고 있다. 그 어떤 때보다 일촉즉발이라는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그런 시대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수업 시간에 말로만 듣던 반전운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기후 위기 시대에서 나의 미래가 굳건할지, 길을 걷다 내가 죽임을 당하진 않을지 늘 불안감이 앞선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 거듭되는 공포를 겪고 쉬이 절망에 빠지곤 한다. 그렇지만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면 절망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 이게 바로 내가 다산에서 배운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다산에서 얻은 것은 그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갈 사람들과 힘이다. 내게 그 배움과 사람들과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산은 지난날이 그러했듯 묵묵히 30년 이상의 시간을 향해 또 나아가려 한다. 많은 것이 퇴색되어가는 오늘날 잊어선 안 되는 것이 있다고,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지난날이 그러했듯 앞으로도 우리를 계속 두드려 줄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시간으로 나아가기 앞서 다산은 지금 공간 이전비와 활동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자원활동을 겨울에 했었던 나는 겨울날의 사무실이 얼마나 추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더 빨리, 더 춥게 다가오는 것 같은 겨울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다산이 앞으로 나아갈 시간들은 더 따뜻하고 쾌적한, 모든 이들이 편히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맞이할 수 있음 정말 좋겠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의 펼쳐질 시간 앞에서 더 많은 분들이 다산의 손을 함께 잡아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다산이 두드려주는 문을 활짝 열고 환대할 것이다. 방황하던 내 손을 꽉 잡아준 다산과 계속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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