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환 작 <글의 조형> 일부. 전시작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본 그림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박노환
오는 10월 28일까지 대구광역시 달서구 화암로 301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갤러리(234호)에서 박노환 초대전이 열린다. '민족의 혼을 깨우다'라는 제목이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미술 전시장을 찾았다.
역사유적지에서는 가장 먼저 현장의 안내판부터 보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안내판의 설명을 읽고나서 문화재를 살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식 답사가 되기 쉽다.
마찬가지로, 미술 전시회에서는 '도록'부터 보는 것이 좋다. 흔히 '도록'에는 그림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어 역사유적지의 안내판 역할을 해준다. 그림은 문자로 된 소설 등 문학에 견줘 아무래도 추상적이므로 전문가의 설명부터 듣자는 말이다.
'도록'에는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문화예술센터 김소하 관장(미술학 박사)의 <민족의 혼을 깨우다>라는 해설문이 권두에 실려 있다. 전시회 표제와 해설문 제목이 같다. 그만큼 박노환 초대전이 민족의 혼을 깨우는 데 주제를 두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우리글의 시각적 형상화
김 소장은 "화가는 시대를 읽고, 정신을 노래하며, 미래를 앞서간다"면서 "이 전시를 통해 박노환 작가의 의도대로 우리글을 통한 민족의 우수성을 재인식하고, Y세대, N세대, MZ세대 등의 구분된 인식을 떠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우리글의 사용이 보편화되고, 한글을 통해 '민족의 혼'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응원한다"고 말한다.
그림들을 둘러보니 과연 한글 자음들이 하나같이 화폭에 담긴 대상들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사천왕과 도깨비>, <탈춤>, <신라 토우>, <가야 토기의 향> 등 모든 그림에 한글 자음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림에 이처럼 한글 자음이 많이 형상화된 데 대해서는 화가 자신도 '도록' 끝 <작가 노트>를 통해 스스로 해설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