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남소연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란 직책엔 노동자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중재해야 할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엉뚱하게도 이념 논쟁에 불을 질렀다.
김문수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핍박을 받은 고 신영복 교수를 김일성주의자로 규정하고, 그런 신영복을 존경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김일성주의자로 몰아세웠다. 그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이분은 당장 총살감" 등의 극단적 발언도 했다.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재직하다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붙들려 독재정권 아래서 20년간 투옥했던 신영복이 주체사상파인지 아닌지는 검증되지 않은 사안이다. 남한에 존재했던 확실한 주사파는 황장엽 조선노동당 비서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문 대통령이 신영복을 존경하는 것은 '사람이 처음이자 끝'이라는 신영복의 사람 중심 사상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주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레닌주의와 김문수
2019년 10월 3일 광화문집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있지도 않은 주사파 50만을 거론했다. 그는 '주사파를 찬양·고무·동조하는 세력을 처벌한다'면서 형을 선고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자리에선 문재인 체포 선동도 나왔다.
김문수는 그런 전광훈과 연대했다. 석 달 뒤인 2020년 1월 25일 광화문 집회에서 전광훈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의 결별을 밝히면서 김문수를 "대장으로 해서 독자적 정치세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이 두 사람의 연대를 뒷받침하는 공통분모 중 하나는 아무에게나 '주사파' '김일성주의'의 잣대를 씌우는 매카시즘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수의 태도는 김일성주의보다 상위 개념의 사회주의 이론을 따랐던 그의 인생 행적을 떠올리게 한다. 김문수는 김일성주의의 모태인 '레닌주의'를 따랐던 인물이다.
전직 노동운동가인 43세의 김문수가 보수정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에 입당한 뒤인 1994년 3월 9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가 있다. 제목은 '노동운동 20년 골수 운동권'이었다.
이 기사는 "김씨는 서울상대 재학 시절 교련반대 시위와 민청학련 사건으로 두 번 제적당한 뒤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온 재야 노동운동권 출신"이라고 설명한 뒤 김문수의 사상적 경향을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등을 거쳐 84년에는 서노련을 결성,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레닌의 투쟁 노선을 본뜬 노동자 신문을 발행했다는 게 당시 공안당국의 시각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김문수가 마르크스 사상을 소련 상황에 맞게 적용한 레닌주의 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랐다는 진단이다.
김문수가 지도위원으로 활동한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은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비판했다. 서노련이 '미·일 경제침략 저지 투쟁'을 벌인 것은 레닌주의자가 지도하는 이 조직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문수가 레닌주의자였다는 점은 자신의 공개발언에서도 언급됐다. 그는 2019년 7월 15일 페이스북에 "나는 학생·노동운동을 하며 대학교 때 2번 제적되고 2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라며 "노동조합 위원장도 2년간 했고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주의에 심취해 공부하며 공산혁명을 꿈꾸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