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은 통버터를 심지처럼 말아 굽기 때문에 구워지는 동안 버터가 녹아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이때 녹은 버터가 빵 전체에 스며 소금빵만의 고소함을 더한다.
오세연
그 소금빵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빵이 되어 온 빵집을 점령했다. 그렇다면 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인데다 홈베이킹이 취미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소금빵을 만들어 볼까 하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다. 재료도 간단하고 모양을 잡는 성형도 단순한 것이 꽤 만만해 보였다. 그런데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만들어 볼까 했던 마음을 싹 접었다. 앞으로도 소금빵은 사 먹기로 결심했다.
비슷한 듯 다른 제과와 제빵
나의 결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과와 제빵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흔히 제과와 제빵을 제과제빵처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용하는데 사실 이 둘은 장르부터가 다르다. 마카롱, 케이크, 카스텔라, 타르트 같은 제과는 디저트인 반면 바게트, 식빵, 베이글, 크루아상 같은 제빵은 식사에 가깝다.
그리고 제과와 제빵을 가르는 결정적인 한 가지, 그것은 팽창제에 따른 발효의 유무다. 주로 박력분을 사용하는 제과는 베이킹파우더나 베이킹소다 같은 화학적 팽창제를 쓰기 때문에 발효가 필요 없다. 내가 취미로 하는 홈베이킹이 바로 제과다. 하지만 주로 강력분을 사용하는 제빵은 미생물인 효모를 팽창제로 쓰기 때문에 까다로운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소금빵 만들기를 깔끔히 포기했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레시피는 다르겠지만, 내가 참고한 영상에 따르면 소금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1차 발효 90분, 모양을 만드는 성형 전에 휴지(休止)시간 20분, 마지막으로 2차 발효 60분, 총 17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발효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틈틈이 발효상태를 확인하며 발효시간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결국 발효는 물리적 시간을 견뎌야 하는 기다림이자 정성이었다.
한동안 크로플(크루아상+와플)로 인기가 많았던 크루아상은 더 심했다. 밤새 냉장 발효를 해야 하는 등 훨씬 복잡하고 다난한 발효 과정이 필요했다. 하루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영상을 보면서 지레 마음을 정리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발효 과정을 나는 즐길 자신이 없었다.
"아, 못 해, 안 해! 나 그냥 사 먹을래!"
그 후로 결이 살아있는 크루아상을 볼 때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소금빵을 볼 때마다 누군가가 들였을 시간과 정성에 리스펙트를 보내게 됐다. 나는 그들의 시간과 정성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어쩌면, 관심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