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복합쇼핑몰에 입점해있는 의류 수선실. 김복철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현재 아웃렛에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합니다.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평일 저녁 9시까지고요. 금, 토, 일에는 저녁 9시 30분까지 영업해요. 그리고 1년 내내 연중무휴입니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평일에 돌아가면서 쉬고요.
저는 날마다 나옵니다. 대표니까 날마다 나와야 해요. 저희는 입점해 있는 이 복합쇼핑몰의 영업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면 안 돼요. 이곳의 영업시간 안에 수선실 문을 닫으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돼 계약 위반이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1년에 단 하루도 영업을 쉴 수 없는 현실은 김복철 대표와 직원들에게 어떻게 문제가 될까?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직원들하고 다 같이 한 번에 쉬면 단합대회도 한 번씩 할 수 있고 야외에도 한 번씩 갈 수 있는데, 그런 게 안 되니 아쉽죠. 명절에도 못 쉬어요. 이번 추석에도 저와 저희 직원들 모두 못 쉬었습니다.
조상님들 제사상도 차리지 못하고, 또 그러니까 가족들도 아주 아쉬워합니다. 친지들이나 지인들이 결혼할 때 결혼식장도 못 가고 있는 현실이에요. 보통 결혼식을 주말에 많이 하잖아요. 거기다 1시에서 2시 사이에 예식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때가 업무로 바쁜 시간이다 보니 참여를 못 합니다.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휴일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에게도 월 2일의 휴무가 꼭 필요해요. 또 평범한 노동자들은 다들 주말에 쉬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주말 휴무가 없으면 오려고 하질 않습니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의 주말 노동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더욱 훼손한다. 복합쇼핑몰은 소비자가 언제든 쇼핑할 수 있게 한다면서, 입점업체 노동자들의 쉴 권리나 건강권은 내팽개치고 있다.
처음부터 복합쇼핑몰에 휴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복철 대표의 업체가 입점해있는 곳에서도 명절에는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방향의 영업방식이 아닌, 오직 매출 상승만을 위한 더 치열하고, 더 쉬지 않는 영업방식이 도입되었다.
"예전에 아웃렛이 별로 많지 않을 때는 그래도 명절에는 쉬었어요. 그런데 대형 아웃렛이 많이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제가 입점해있는 곳은 1년에 하루도 안 쉬게 된 겁니다."
충분한 휴식 없이 보장되지 않는 건강권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투쟁을 통해 노동 시간을 단축해왔던 역사도 있다. 그런데 유통물류 업계에는 그 역사가 비껴가고 있다. 오히려 휴일 없는 노동이 유지, 확장되고 있다. 그런 업계에서 일하는 대형마트 및 배송 노동자들의 과로 및 건강 침해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소비자를 위한' '빠른 배송'이라는 명목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이, 휴일과 새벽에 무리해서 일하고 있다. 유통산업 전체가 이런 과로의 망에 빠져 있다.
수선업체 역시 '소비자가 맘껏 쇼핑해야 한다'는 이유로,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휴일에 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휴식 없는 장시간 노동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에 적용되고 있는 월 이틀 의무 휴업제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방어선과도 같다. 마트를 포함한 유통물류 업계 노동자들은 한 달에 고작 이틀이 아닌, 주말에는 쉴 수 있도록 휴업이 확대돼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유통물류 업계 노동자들이 주말에 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신체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 쉬어야 피로회복도 되고, 하루이틀을 좀 쉬어야 한 주를 또 지내고 하는데 그런 게 어려운 거죠. 또 대형 쇼핑몰 같은 경우는 이제 골목 상권을 지키는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좀 쉬어야 해요. 그런데 의류 계통은 주말에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백화점이나 아웃렛 같은 데는 고객들이 전부 다 주말에 쇼핑을 나오니까요."
모두의 건강을 위한 의무휴업 확대가 필요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규모 점포에도 수선업체가 입점해 있는데, 이들에게는 의무휴업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 달에 이틀을 쉴 수 있다. 복합쇼핑몰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김복철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어느 요일이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일주일, 1년 내내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하진 않았다. 김복철 대표는 건강한 노동과 건강한 삶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대규모 점포에만 적용하는 의무휴업을 모든 유통업체에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