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하 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방심위에서 MBC 측에 대해 자체검증 등을 했냐고 확인할 수 있지 않냐"고 다시 질의했다. 정 방심위원장은 다시 "저희는 보도된 방송을 갖고 심의를 한다. 심의에 올라오면 여러 절차를 밟는다. (말하신 내용은) 접수된 이후의 절차"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관련 MBC 보도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지난달 26일 제소한 사안에 대한 심의 순서가 몇 번째냐'고 물었다. 정 방심위원장이 "현재 저희(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에서 심의하고 있는 안건은 대부분 5월에 들어온 안건들이다. 앞으로 한 회에 몇 차례, 어느 정도의 의안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심의 순서가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하 의원은 방송심의국장을 불러 세워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다. 특히 여당에서 제소한 사안에 대한 심의를 앞당겨라는 주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방송심의국장 : "현재로선 (국민의힘 제소 안건에 대한)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하영제 : "국민적 관심이 민감하고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건, 다소 늦게 접수하더라도 공당이 신청했다면 좀 더 (일정을) 당겨서 심의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은 없나."
방송심의국장 : "그런 명시적 규정은 없다."
하영제 : "기계적으로 무조건 그렇게 말하지 말고... 원칙에도 예외가 있지 않나."
방송심의국장 : "방송심의는 방송심의소위에서 최초 심의하게 돼 있다."
하영제 : "상식선에서 볼 때, 먼저 하자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방송심의국장 : "그건 방송소위위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정 방심위원장은 똑같은 문답이 계속되자, 다시 "순서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원칙을 깨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이에 "(여든, 야든) 당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다"고 반박했을 때도, 정 방심위원장은 "당의 문제가 아니다. 저희들이 정한 원칙을 지키는 게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하 의원은 '원칙을 지키겠다'는 정 방심위원장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무리하게 (원칙을) 바꾸란 말을 드린 게 아니다. 규칙엔 모두 예외조항이 있는데 그걸 찾아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면서 "방심위원장으로서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하고) 방치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방심위원장은 "(문제를) 방치하는 게 아니고, 저는 원칙은 가급적 지키자는 주의"라면서 "제가 방송심의소위에 간섭할 입장이 아니다. 소위가 제 밑에 있지 않다. 방송소위 위원장이 따로 있다"고 답했다.
정 방심위원장은 이후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 문답 과정에서 "저는 방송심의소위 구성원이 아니다"면서 MBC 비속어 보도 심의와 관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도 밝혔다. 정 방심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심의 대상이 된 보도에 대한) 행정지도를 할 땐 방송소위에서 완결이 된다"면서 "법적 제제를 할 경우엔 (방심위의) 전체회의가 열리는데 그땐 제가 사회를 보고, 의결과정에서는 (위원) 9명 중 1명으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원칙 바꿨다 불리한 결과 나오면 직권남용 고발하는 것 아니냐"
한편,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하 의원의 요구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 방심위원장을 공개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순서대로 한다는 게 원칙인데, (국민의힘에서는) 순서를 바꿔서 심사하라는 요청 아니냐"라며 "그런데 국민의힘에 불리한 판정을 하게 되면, '순서를 바꿔서 원칙을 어겼다'고 국민의힘에서 (정 방심위원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절차를 밟아달라는 (하 의원의) 주문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제가 (위원장으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보면 그렇다"면서 "위원장으로서 방심위원장에게 말한다. 꼬투리 잡히지 마시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힘 측의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하 의원 등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왜 계속 째려보시나' '그런 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라는 등 발언을 주고받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