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딴 한국 찰옥수수.
김정아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애국자여서라기 보다는 고향의 맛이 그리워서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한국에선 흔하던 것들이 갑자기 귀해지기 때문이겠지. 깻잎도, 미나리도, 더덕도, 도라지도 다 조금씩 마당에서 자라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할로윈 장식용 호박은 맛이 없다
다시 호박 이야기로 돌아와서, 서양에도 물론 다양한 종류의 호박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호박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것이, 영어로는 펌킨(pumpkin)과 스쿼시(squash)로 나뉜다. 우리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호박은 무조건 펌킨으로 배웠지만, 일반적으로 맛있게 먹는 호박들은 전부 스쿼시에 해당된다.
펌킨 호박은 예쁘지만 별 맛이 없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막상 이 펌킨 호박은 잘 먹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용도는, 씨를 파내고 조각칼로 꾸며서 할로윈 장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 초까지 켜 두면 주황색 호박이 너무나 예쁘다. 보통은 그렇게 마당에 앉아있다가 상해서 버려진다(우리 동네에서는 곰이 와서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