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시인의 시집
시인의 일요일
비자살적 자해가 발생하는 까닭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고통의 파고를 이겨내기 위해 자해를 한다고 합니다. 힘드니까, 자해를 한다는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왜? 고통에 고통을 더하려고 할까. 고통을 고통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다고 속이 풀릴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일에 몰두한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는 높은 산을 올라서본 경험이 있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방법이 다를 뿐, 같은 것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왜? 커터날이 부러져 버릴 정도로 손목을 그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는 폭력에 저항하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에는 여러 폭력에 노출된 화자가 등장합니다. 학교에서의 폭력, 군대에서의 폭력, 사회에서의 폭력... 모든 폭력이 등장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시인이 직접 겪은 폭력이거나 또는 저 폭력을 당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쓴 시라는 것입니다.
박 일병은 LPG가스를 틀어 놓고 잠을 잤고
새벽에 담배 피우러 나온 심 병장은 우리를 살렸다
아침까지 계속된 구타는 어떤 간절함일까
'우린 적들의 총탄에 맞아 죽을 일이 없을 것 같아 …' 중에서
폭력은 '감추고 싶은 사실'입니다. 감추고 싶다는 의지는 한 개인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곳이 어디이든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쉬쉬합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국가에서....
가려진다고 가려질 수 있습니까. 숨긴다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까.
우리는 치료가 필요한 사회를 사는 개인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되어 살아 왔기 때문에 폭력이 폭력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요, 커터날이 부러질 정도로 손목을 그어야만, 조금이라도 눈길 주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습니까?
우리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것이 폭력의 불길이 아니라 따뜻한 연민이었으면,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김승일 시인은...
2007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다. 각 지역의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동네책방에서 시 낭독회와 시 창작회를 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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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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