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성의 매표원들(가운데 기자)
박도
"오래 살아서 미안합니다"
엊그제 <오마이뉴스> 선임 상근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쾌히 응했다. 그랬더니 인터뷰 도중 그는 '77세의 시민기자'란 말을 도중에 세 번이나 말했다. 그 기자는 그 나이에도 아직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시청자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으나 내 귀에는 아직도 그 나이에도 살겠다고 '애쓰나'로 들렸다. 그래서 나는 세 번째 소개 말에 얼른 "오래 살아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며칠 전, 정기 검진으로 원주기독병원 채혈실로 가자 대기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노인들로 보였다. 모처럼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타면 노인들이 반 이상이었다. 어떤 친구는 이제 100세는 기본이고, 앞으로는 120세, 150세라고 말하는데, 그런 세상이 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숨 막히게 될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사회시간 배우기로는 한국인 평균 수명이 38세 정도였다. 이 기사를 쓰면서 검색해 보니까 2022년 현재, 한국인 평균 수명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평균치는 83,5세란다. 그런 탓인지 이즈음은 젊은이보다 노인이 더 많아 보이는 노령 사회로 점차 변모해 가고 있다. 이는 그 사회의 활기를 잃어가는 현상으로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니요, 이 지구에 큰 해악이 될 것이다.
인간의 수명 연장은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다. 이웃 일본에 갔더니 버스 기사도, 안내인도 거의 대부분 노인들이 맡고 있었다. 요즘 우리 사회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내 언저리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 말로 이제는 그만 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 말대로 막상 며칠 쉬고 보니까 쉬는 게 더 힘들었다. 나는 그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것이니까 기력이 있는 한, 내 뇌리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은 다음 컴퓨터 앞에서 엎드려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긴 잠을 자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그것도 가능한 1~2년 이내로. 하지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요, 세상사다.
이즈음 따라 젊은이들에게, 지구에게 "오래 살아서 미안합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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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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