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 중 윤석열 대통령 문제 발언 표기(9/23)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은혜 홍보수석의 긴급 브리핑 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도 9월 23일 지면을 통해 윤 대통령 막말 파문을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제외한 신문사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며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사들이 '바이든'으로 표기한 부분을 공란으로 표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공란으로 표기한 부분을 '바이든'과 '날리면'으로 채워 각각 민주당과 대통령실 주장으로 전했습니다. 하루 전 상당수 언론이 '바이든'으로 표기한 부분을 공란으로 놓거나 민주당과 대통령실 주장에 등장한 단어를 병기한 것인데요. 즉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사실상 윤 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으로 해석하는 것은 곧 민주당 주장과 일치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국민의힘 "MBC 자막 조작", 윤 대통령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
민주당 비판에 대통령 외교활동을 폄훼하지 말라며 맞서던 국민의힘은 9월 25일을 기점으로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 문제 발언 영상을 처음 유튜브에 올린 MBC로 화살을 돌린 것입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MBC가) 자막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윤 대통령) 음성을 특정한 메시지로 들리도록 인지적(으로) 유도"했다며 "MBC가 조작한 자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 측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발언을 '막말'이라며 비판한 게 9월 22일 오전 9시 33분이고, MBC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건 그보다 늦은 오전 10시 7분이므로 MBC 측이 박 원내대표 측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 아니냐며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9월 26일 약식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이 (한미)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먼저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TBC <비속어 썼는지조차…대통령 본인 발언에 모호한 입장>(9월 27일 강희연 기자)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바이든'이란 말을 안 썼단 걸 제외하고는) 자신의 전체 발언에 대해 기억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는데요. 대통령실은 발언 당사자의 모호한 입장에도 9월 26일 저녁 '순방 기간 중 보도에 대한 질의'란 제목의 공문을 박성제 MBC 사장 앞으로 보내고, 국민의힘은 9월 28일 MBC를 항의 방문해 tk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서 포착된 윤 대통령 문제 발언은 MBC 기자가 효율적 취재를 위한 풀 기자단 일원으로서 촬영한 후 해당 영상을 지상파3사, 종편4사, 보도전문채널2사, KTV, 아리랑TV 등에 같은 시각에 공유한 것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MBC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훨씬 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윤 대통령 문제 발언 내용이나 영상은 널리 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공식 설명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오히려 "공식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가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비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가 이를 거절하고, 9시 33분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막말 비판을 공식화하며 노컷뉴스를 시작으로 언론이 앞다투어 윤 대통령 막말 파문을 보도하게 된 것입니다.
TV조선 "언론사 재량, 문제 삼는 건 과도"
채널A "대통령실과 MBC 제3노조에 따르면"
TV조선도 <순방 취재 어떻게?>(9월 26일 김정우 기자)에서 국민의힘이 MBC와 민주당 간 유착을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 촬영은 설명드린 대로 풀 취재"이기 때문에 "해당 발언(윤 대통령 문제 발언)을 어느 한 기자가 먼저 포착을 한다 해도 결국 이후 판단은 각 언론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건 과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9월 22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채널A를 제외하곤 윤 대통령 문제 발언을 거의 똑같이 전했으며, 9월 23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도 조중동을 제외하곤 거의 같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송사들이 윤 대통령 막말이나 대통령실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할 때 채널A는 보도태도를 달리했습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된 MBC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간 유착 의혹이나 대통령실 혹은 MBC 제3노조 입장에 치우친 보도를 낸 겁니다. 채널A는 <아는 기자/영상 어떻게 퍼졌나>(9월 26일 노은지 기자)에서 "(윤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의 경우 맥락을 확인하기도 전에 SNS를 통해 유포되고 야당이 공개 발언까지 하면서 순식간에 퍼졌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대통령실도 이 부분에서 민주당과 MBC의 '정언유착'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MBC가 같은 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기자들이 (윤 대통령 문제 발언의)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사석 발언과 외교상 부담을 이유로) 비보도 요청",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지만, 채널A는 MBC 공식 입장을 외면하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정언유착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채널A는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문제 발언이 나온 지 15시간 만에 해명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한일약식회담에 한미정상환담까지 있어서 꽤 바쁜 날"이었고 "'바이든'이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음성분석 작업까지 맡기느라 더 늦어진 것"이라며 대통령실 입장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9월 22일 자정께 열린 대통령실 긴급 브리핑 중 '음성분석 작업' 결과 제시는 없었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김은혜 홍보수석 설명만 있었을 뿐입니다. 채널A는 9월 27일 보도에서도 MBC 공식입장이 아닌 MBC 제3노조의 의혹 제기 성명을 바탕으로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중앙일보 "검사 출신 윤 대통령에게 시장터 같을 국회, 무질서 그 자체"
신문지면도 대체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문제 발언과 대통령실 대응을 지적하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특히 사설과 칼럼에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무리한 주장을 펼쳤는데요.
중앙일보는 <최훈 칼럼/"화내지 마십시오. 늘 내일은 있습니다">(9월 27일 최훈 편집인)에서 "일사불란·상명하복의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에겐 시장터 같은 그곳이 무질서, 비생산적 혼란 그 자체일 수 있을 터", "몽니를 일삼는 그곳이 검사들에겐 '건달'과 '잠재적 피의자'들 집합소쯤의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향해 "밉겠지만 그들(국회)을 통과해야 일을 한다", "그러니 비속어 논란을 속히 매듭짓고 무한대의 인내로 다시 협력을 구해 가라"고 주문했는데요.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욕설과 비속어의 주체로 지목된 국회를 비판하고 윤 대통령은 격려한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역지사지/욕설>(9월 28일 유성운 기자)에서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노론벽파의 수장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를 언급했습니다. "(정조가) 사적인 비밀 서신이라고 생각했기에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쓴 것"으로 "(해당 편지에서) 정조가 고도의 정치 기술자였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조 시대에 대한 접근도 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 막말 파문을 옹호했습니다. "역사에서 정조 시대를 평가하는 기준이 사적 '뒷담화'는 아니듯 윤 대통령의 순방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기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2009년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정조가 재위 말년 격의 없는 편지를 통해 얼마나 치밀하게 막후정치를 펼쳤는지 증명되었습니다. 이는 심환지가 정조 독살설 배후로 지목됐을 만큼, 정조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문제 발언을 내놓은 장소는 국제 외교무대 현장으로 사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정조와 심환지의 관계라 일컬을 만큼 '정적'이 아니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윤 대통령 참모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중앙일보가 윤 대통령 문제 발언을 정조 서신에 비유해 옹호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좌파 언론과 좌파 세력의 '윤석열 타도 총공세'의 합작품"
조선일보는 <사설/들어보면 확실치도 않은 발언 놓고 난장판 싸움, 지금 이럴 땐가>(9월 26일)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새X'란 욕설이나 '바이든'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며 "MBC는 명확하지 않은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막을 달아 사실인 것처럼 보도", "대통령실에 정확한 발언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MBC 기자를 포함한 대통령실 기자들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맥락과 경위 설명을 요청했고,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비보도 요청을 한 것은 대통령실입니다.
MBC는 <"MBC가 자막 조작"? 당시 상황 따져보니>(9월 27일 이정은 기자)에서 "(대통령 행사 영상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속어 발언이 들렸고", "대통령 발언인 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 "각자 이어폰을 꽂고 들은 방송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발언인지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며, "(영상프로그램을 통해 0.5배속, 0.75배속) 느리게 반복 재생한 결과", "당시 기자실 현장에선 '국회에서' 그리고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일보 주장처럼 MBC가 대통령 발언을 마음대로 해석해 자막을 단 것도 아니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