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15일 본인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화면갈무리
사건이 알려진 15일 이후 21일 오전 11시 현재, '신당역 단독'으로 검색되는 기사들은 포털 네이버 기준 수십 건에 달한다. 일간지는 물론이요, 특히 사건사고 취재에 강한 방송사들이 '단독'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었다. 20일 KBS나 17일 YTN의 경우 자사가 취재한 단독 보도들을 3~4차례 포털에 중복 송고하는 등 '클릭 장사'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단독' 기사는 선정적 보도로 이어지기 쉽다. 단독을 단 기사들 중에선 '완전 범죄' '충격적 범죄' '보복 살해' '몰카' '원한' 등 클릭을 유도할 만한 제목들이 주를 이뤘다. 경찰 수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단독으로 단 기사들도 많았다. 가해자 자택 압수수색 등과 같이 불과 1~2시간 빠른 내용일지라도, 속보 경쟁을 자랑이라도 하듯 어김없이 단독이 달리는 경향은 이번 사건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언론의 2차 가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해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21일 검찰로 송치됐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됐던 전주환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면서 얼굴을 드러냈다. 전주환은 이 자리에서 '진짜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스크를 하지않은 채 모습을 드러내며 취재진의 카메라를 노려보기도 했다." - 21일 <중앙일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살벌 눈빛 "진짜 미친 짓 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으로 얼굴이 공개된 피의자 전주환의 마스크 안 쓴 얼굴 사진 5개를 연달아 게재했다. 이 역시 제목이나 형식 모두에서, 피의자에 대한 추측을 포함한 '과도한 악마화' 등 선정적 보도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경찰의 신상공개 이전, 이처럼 피의자나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추측성 보도나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보도 역시 관행처럼 계속됐다. 피의자가 사건 발생일에 현금을 인출한 것을 두고 계획범죄 여부를 추측하는 보도가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범죄 보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실천 요강, 권고안이 있지만 기자들은 모르는 체하는 듯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범죄 보도를 할 때 구체적 내용이나 불필요한 피해자 관련 정보, 자극적이며 흥밋거리 위주로 소비하는 비윤리적 보도를 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보도 윤리를 저버린 돈벌이 기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잘못된 보도는 피해자에게 상처를 남기는 2차 가해이자 인권침해라며 언론의 절제된 태도를 촉구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언론은 말로만 '2차 가해'를 떠들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보도해야 한다."
- 9월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 <클릭 수 노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선정보도는 2차 가해> 논평 중에서
이 논평이 발표된 이후에도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경찰의 피의자 신상공개로 클릭 장사의 초점이 옮겨 갔을 뿐, 선정적인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여성 피해자 대상 강력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행태다.
이전과 다른 것은 되레 유가족들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 유가족 측은 대리인을 통해 사실과 다르거나 삭제 요구를 묵살한 보도 행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언론 스스로가 2차 가해자를 자처한 이 상황 자체가 한국 주류 언론 전체가 수치스러워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일부 미디어 비평이나 언론 시민단체의 지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해자 유가족이 직접 삭제나 수정을 요구해도 "내부 절차"라는 핑계를 댔다는 언론들에게 그런 자성을 기대하는 일 자체가 요원한 일이지 않겠는가.
20일 민고은 변호사가 대독한 유가족 입장문을 통해, 이들은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2년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그 이외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 본질 아닌 것들에 대해선 취재의 기회가 있더라도 취재 및 보도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짚었다. 입장문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더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이는 곧 남아있는 유족분들의 슬픔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 취재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취재가 이뤄진다면 이에 대해선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관련 기사: [전문] 신당역 사건 유족 측 "더 이상 고인의 죽음 이용 말아 달라" http://omn.kr/20s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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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썼다 삭제... 신당역 허위 보도, 유가족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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