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정신과 세계 평화’ 라는 주제로 발제하는 관계자들9월 14일(수)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제17회 제주포럼이 열렸다. (사)제주국제협의회가 주체한 ‘제주4?3정신과 세계 평화’라는 주제 회의에 발제자로 참가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고희범 이사장, 양조훈 위원, 강창일 전 주일대사, 달릴라 야스민 암리 수에드 주한 르완다 대사, 박찬식 이사장, 한인택 원장
박진우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진행한 '제주4.3정신과 세계평화 회의'에 참석한 주한 르완다 달릴라 야스민 암리 수에드 대사는 과거 르완다공화국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을 언급하며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4년 4월 아프리카의 르완다공화국에서는 정부군과 민병대, 일반 시민들에 의해 100여일 만에 인구 20%인 100만 여명을 집단학살(르완다 정부 공식 입장)하는 세계최대의 야만적 행위가 자행되었고,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사과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9년 '르완다 대학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고 2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2021년 4월에 발간했다. 또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프랑스가 작성한 6천여 개의 외교전문과 기밀문서를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르완다 정부도 2021년 4월 '예견된 대학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는 르완다 대학살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르완다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인권연맹(FIDH)이 1993년 르완다 주재 프랑스 외교관에게 "투치족 2000명이 후투족에 의해 집단학살 당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프랑스 외교부는 종족간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에 "프랑스 군인 수백 명을 파병"하고, 집단학살을 할 수 있도록 탄약과 로켓 등 당시 물가로 150만 달러 상당의 군수물자를 후투족에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르완다 국민을 학살하는데 사용된 마체테(Machete, 정글도) 50만 자루는 중국이 수출한 것이지만 그 대금은 프랑스 정부가 빌려 준 돈이었기 때문"라고 적혀있다.
르완다공화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프랑스 정부에 책임을 물었으나 프랑스가 거절하자 2006년 외교적 단교를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한편 (사)제주국제협의회가 주제한 '제주4‧3정신과 세계평화'에서는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여섯 명의 발제가 이루어졌다.
강찰일 전 주일대사가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양민학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개정 과정은 국가의 폭력성과 진실, 그리고 보상 등을 통한 명예회복에 맞춰져 있었다. 향후 과제는 "미국의 책임을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양조훈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위원은 2005년 노무현대통령이 "4‧3항쟁이라고 하는 역사적인 큰 아픔을 딛고 과거사 정리의 보편적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 극복해 나가는 모범을 실현"하였기에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하였는데, 이러한 정신이 세계 평화를 위한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남아프라카공화국 만델라 대통령이 추진한 무지개 국가에 대한 정책을 기념하는 만델라의 동상이 국제연합(UN본부)에 세워졌지만 남아공은 폭력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4‧3은 국가가 보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