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부산 55보급창. 부지 면적 22만여㎡으로 주한미군의 장비·물자를 전국 미군 기지로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보성
주한미군이 사용해온 부산 55보급창 주변에서 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기름, 중금속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 그러나 오염 실태를 파악할 내부 조사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 대처를 질타했다.
뜨거운 감자 부산 미군시설, 오염 농도는 ↑
부지 규모가 22만여㎡에 달하는 부산 55보급창은 주한미군의 군사시설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석탄저장소였다가 해방 이후 미군의 장비·물자를 전국 미군 기지로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부산진구의 하야리아 부지는 반환운동 끝에 부산시민공원이 들어섰지만, 55보급창은 원도심의 길목을 막고 아직도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까닭에 55보급창은 선거철이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했다.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 미군 시설에 대한 반환은 지역사회의 숙원 사업인데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연계해 이전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에 치러진 지방선거·총선·대선마다 55보급창 문제 해결이 공약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안을 국정과제로 포함했다.
반면 55보급창 내 환경오염 대응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도, 지자체도 오염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불합리한 협정 탓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환경부의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 결과보고서(2022년 4월 공개)를 보면 55보급창의 오염은 해결이 간단치 않다.
부지를 따라 확보한 토양시료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는 ㎏당 최고 9964㎎를 기록했다. 이는 공원 조성 기준치(500㎎/㎏)의 19배를 넘는 수치다. TPH는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나타낸다.
더 큰 문제는 TPH 농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고 지속해서 오염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중금속 노출 상황도 심각했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는 13배, 납은 15배나 검출됐다. 중금속의 오염 범위와 농도도 TPH와 마찬가지로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조사가 55보급창의 경계를 따라 진행돼 보고서는 "확산 오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여구역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후속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한미행정협정·SOFA)에 의해 미군 시설 접근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