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참여연대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많은 법안들이 처리되었지만, 꼭 환영할 만한 법안들만 통과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평등을 악화시키거나, 사회복지망을 약화시키거나, 개혁을 후퇴시키는 법안들도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21대 전반기 국회가 처리한 법안들 중에서 이렇게 개혁의 걸림돌이 된 법안으로 아래 총 10개를 선정했습니다.
2020. 12. 9 : 경찰법(대안) - '민주적 통제장치 없이 경찰 권한 확대하는법'
2020. 12. 13 : 국가정보원법(대안) - '국정원 개혁 후퇴법'
2021. 8. 31 : 종합부동산세법(대안) - '부자감세법'
2021. 12. 2 : 소득세법(대안) - '똘똘한 한채 현상 심화법'
2021. 12. 9 : 법원조직법(대안) - '법조일원화 완성을 유예하는 법'
2022. 1. 11 : 경찰관 직무집행법(대안) - '인권침해 우려되는 형사책임기피법'
2020. 12. 1 :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2020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1. 12. 2 :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2021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0. 12. 1 :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연장 동의안(2020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1. 12. 2 :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연장 동의안(2021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례적으로 4표 차이로 부결되었던 법안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안번호 2110825, 법사위원장 대안. 관련 기사:
4표의 반전...'법조개혁 퇴행'법안, 본회의 부결 http://omn.kr/1v1hf)입니다. 통상 본회의에 올라오는 법안들은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올라오는 만큼, 본회의 투표에서 찬성이 모자라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21대 국회는 당시까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여당이 추진했던 법안이었기에 더욱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한 마디로 다른 야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뜻이었죠. 결국은 법안의 내용이 다소 조정되어(의안번호 2113775, 법사위원장 대안) 가을에 다시 통과되기는 했지만요.
이번 화에서 그 과정을 되돌아볼까 합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한차례 부결되었다가 내용 수정을 거쳐 다시 통과되는 과정은 법원개혁과 직결되는 법 자체의 내용은 물론, 국회 법 논의 구조의 문제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개혁'으로써의 법조일원화
2021년 5월 경부터 홍정민, 정청래, 소병철 등 민주당 의원들 대표발의안 3건과 전주혜 의원 발의안 등 모두 4건이 발의되었다가 법사위원장 대안으로 통합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법조일원화'라고 불리는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법조일원화란, 판사를 새로 임명할 때에 반드시 변호사 경력을 일정기간 이상 쌓은 사람들로 임명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11년, 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원을 원하는 국민적 여론과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국회 사개특위에서 여야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관의 자격을 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으로 제한하되,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에는 3년 경력으로 하고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6년에 최종적으로 10년 경력기간을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무려 13년에 달하는 긴 경과규정을 둔 것입니다.
그러나 관료적인 내부 문화에 관성적으로 익숙해진 법원은 지난 10여년간 이 제도의 정착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판사 수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 법을 무력화시키려 했습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로클럭의 임기를 늘리고 군법무관과 국선변호사 출신 위주로 임명하면서 최대한 외부 변호사 경험이 없는 사람 중심으로만 판사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경과기간이 지남에 따라 더이상 외부경험 없는 사람을 판사로 뽑기 어려워지자. 법원은 국회에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관련기사:
지난 10년 동안 대체 뭐하다가... 의심받는 법원의 진심 http://omn.kr/1w6aq ).
국가기관이 해달라고 다 해주면, 국회는 왜 있나요?
수년간 법원은 국민 세금을 이용하여 법조일원화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경력직 법조인들을 잘 유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법조일원화 제도가 이대로 진행되면 법관이 얼마나 줄어들고, 재판이 얼마나 지연될까"만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 보고서들을 들고 여야 법사위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로비'했습니다.
그 내용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차근차근 진행되어왔던 법조일원화를 중도에 중단시켜버리고 현재 상태로 고착화되도록 법을 바꿔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10년 경력의 법조인 임명이라는 목표가, 5년 경력만 있어도 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반토막내는 것이었지요(사실 반토막도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법무관 3년과 로클럭 2년이라는 신종 법관 맞춤형 코스를 밟은 사람들을 뽑으면, 외부 경험이 전혀 없고 기수별로 가지런히 정렬된 법조인들을 뽑아 키워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여당 법사위원들은 법원의 말을 듣고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법원개혁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의 역사적 맥락은 돌아보지 않은 채, 법원이 얼마나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도 따져묻지 않은채,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법원의 호소만 믿은 것입니다.
이 법안들은 발의된지 불과 두달여만인 7월 중순,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례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뒤늦게 이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법원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이 제도는 국민적 요구와 사회적 토론, 여야 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임에도 이제와서 오직 이해당사자인 법원의 입장만 반영하여 폐지할 수는 없음을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