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삼각지역 버스정류장에 붙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풍자 포스터를 뜯어낸뒤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이 작가가 윤석열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처음 내붙였던 것은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 때 처음 선보였다. 시민들 반응이 좋아 지난 8일에는 서울 종로 일대 버스정류장에도 붙였다. 3일과 8일 전시 때는 아무런 문제 없이 시민들이 낙서를 남긴 포스터를 다시 수거할 수 있었지만, 13일 용산에 전시된 포스터는 경찰이 모두 철거하면서 되찾을 수 없게 됐다.
이 작가는 정치 풍자 포스터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대 시민들이 가진 의식을 정리해서 자신만의 조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운명"이라며 "예술에서 정치 풍자는 인류 역사상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나만의 예술 풍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부산시내 버스정류장에 부착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하는 등 정치인 풍자 작품 활동을 해왔다.
아래는 13일 이 작가와의 일문일답.
-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낙서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계기가 뭔가?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많이 했다. 주로 풍자작품을 전문으로 했는데 어느 순간 꼴보기 싫은 정치인 그리는 게 너무 싫어졌다. 그 뒤로는 풍경화를 그리며서 가급적 풍자작품은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 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나도 참을 수가 없더라. 이렇게 힘들어하는 대중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자 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신의 글씨체로 직접 쓰는 형태의 포스터를 제작했다, 인터넷 댓글과 달리 포스터에 쓰는 글씨는 예술 작품이 되고, 그대로 역사가 된다. "
- 오늘 삼각지역에 붙였던 포스터는 경찰들이 다 철거를 했다고 하더라.
"지금 시간에는 당연히 철거했을 거다. 제보는 받았다. 오전 7시쯤 경찰 병력이 와서 철거를 하면서 다녔다고 그러더라. 오늘 새벽 2~3시쯤 삼각지 인근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붙였는데 당시에는 인적이 거의 없었고,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 지난 8일에도 종로에서 포스터 전시를 했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13일 삼각지는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
"포스터가 모두 철거된 것 같아 속상하다. 그냥 놔두기를 바랐다. 판넬에 보면 '맘껏 낙서해주세요. 곧 수거합니다'라고 써놨다. 낙서 받는 게 작품의 완성인데 완성되기 전에 철거가 됐으니 가져올 수도 없게 됐다."
- 경찰에서 연락받은 건 없나.
"아직 없다. 아마 내 생각에는 경찰이 CCTV를 보면서 찾고 있을 것 같다."